미얀마 군부가 쿠데타 명분으로 내세운 '총선 재실시'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까지 끼어드는 모양새다. '외교 협상'이란 또 다른 변수에 미얀마 시민들은 분노했다.
25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운나 마웅 르윈 미얀마 군정 외교장관은 전날 태국 방콕에서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장관, 돈 쁘라뭇위나이 태국 외교장관과 회담을 했다. 회담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현지 외교가에선 핵심 안건이 미얀마 재총선이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동남아 외교 소식통은 "태국 정권이 최근 미얀마 군부와 재총선 실시를 위한 외교 지원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작 인도네시아 정부는 공식 부인했다.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회담 직후 "미얀마 재총선을 논의하거나 이를 동남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회원국에 강요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레트노 장관도 이날 화상 회견에서 "미얀마 국민의 안전과 복지가 최우선이며 그들이 원하는 걸 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세안 참관하에 재총선 방안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아세안의 맏형인 인도네시아가 미얀마 사태 해결에 적극적인 건 사실이다. 사태 초기 우려한다는 성명을 가장 먼저 발표했고, 아세안 특별 외교장관 회의를 건의하는가 하면 레트노 장관이 아세안 국가를 돌며 설득 작업도 벌이고 있다. 중국의 지지도 얻었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외교장관 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 개최 시기와 방식(미얀마 군정 참여 여부) 등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여부를 떠나 재총선 논란이 불거지자 미얀마 시민들은 격노했다. 방식이야 어떻든 재총선을 용인하는 건 군부 지지로 오해받기에 충분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과거 군정의 총선 부인과 조작에 대한 기억도 되살아나고 있다. 군부는 1990년 총선에서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했지만 헌법을 정지시키고 정권을 이어갔다. 2010년엔 NLD의 선거 참여를 막고 선거인 명부를 조작했다.
실제 시민들은 주미얀마 인도네시아대사관 앞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를 시작한 데 이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세안은 우리의 투표를 존중하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했다. 미얀마 거주 무슬림들도 시위에 동참했다. 이날 반군부 시위 현장에선 '군부는 절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팻말도 대거 등장했다.
가뜩이나 복잡해진 정국은 이날 군의 실탄 사격으로 부상을 입었던 만달레이 시민 A씨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 혼란에 빠졌다. 기존 사망자 4명에 한 명이 더 추가된 것이다. 특히 군은 사망 이후 그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라 주장하며 바로 화장한 것으로 전해져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EU)과 미국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미얀마인 불법 체류자 1,000여명을 고국으로 송환한 것에 대해 "강제 송환 금지 원칙 위배"라고 비난했다. 또 페이스북은 미얀마 군부와 관련된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 계정을 차단한 것은 물론 광고까지도 모두 금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