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 '애플카' 복병 되나… "미국에서 전기차 생산 계약"

입력
2021.02.25 22:50
"2023년부터 미국 위스콘신 공장서 연 25만대 생산"

애플 ‘아이폰’의 위탁 제조사로 유명한 대만의 폭스콘이 최근 전기차 생산 계약을 잇따라 따내고 있다. 현대차, 닛산 등과의 협상이 깨진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를 생산할 파트너로 폭스콘이 복병이 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5일 외신에 따르면, 폭스콘은 최근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와 올해 4분기부터 연간 최대 25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페어(PEAR)’로 명명된 이번 프로젝트에 따르면 양사는 피스커의 두 번째 전기차 모델을 공동 개발한다. 피스커가 차량 설계, 디자인을 제공하면 폭스콘이 제작하는 방식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 차량이 폭스콘의 전기차 오픈 플랫폼 ‘MIH’를 활용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피스커가 2022년 출시하는 첫 전기차 ‘오션’은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오스트리아 자동차 위탁 생산 업체인 ‘마그나 슈타이어’가 생산한다.

피스커의 최고경영자(CEO)인 헨릭 피스커는 “폭스콘이 미국 위스콘신주에 공장이 있어 이번 전기차는 미국에서 생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실제 폭스콘은 미국 트럼프 정부 시절 100억달러(약 12조원)를 투자해 위스콘신에 대규모 LCD 패널 공장 건설을 추진했다. 하지만 인건비가 너무 높아 현재 공장 규모를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폭스콘이 위스콘신 공장을 자동차 조립공장으로 변경해 전기차 위탁생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폭스콘이 애플카 생산에 동참할 가능성도 높게 점치고 있다. 폭스콘은 지난해 10월 MIH 플랫폼을 공개한 데 이어, 올 1월에는 중국 완성차 업체 ‘지리’와 자동차 합작사도 설립했다. 이 합작사는 향후 고객 주문을 받아 완성차, 자동차 부품, 자동차 스마트 제어 시스템 등을 제작·납품하게 된다. 이는 폭스콘이 애플 아이폰을 조립·생산해온 방식과 유사하다.

최근 현대차그룹, 닛산 등 완성차 업체들과 협상이 깨진 애플 입장에서도 폭스콘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10년 이상 협력을 지속해온 신뢰도에 더해, 미국 내 생산 능력을 중시해온 애플의 요구 조건도 충족할 수 있다. 볼보, 다임러 등을 보유한 지리와의 합작으로, 자동차 대량 생산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다만 폭스콘은 애플카 생산 계획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애플카가 2024년 전후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 애플 전문매체 애플인사이드에 따르면 애플카 매출은 2030년까지 약 500억달러(약 5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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