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상 코가 막혀 병원에 갔더니 코뼈가 휘었다는데…

입력
2021.03.02 09:15
19면

A(27ㆍ여)씨는 평소 감기도 걸리지 않고, 콧물도 나오지 않는데 항상 한쪽 코가 막혀 고통을 겪었다. 코골이도 심하고, 비염이 잦아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이비인후과를 찾았더니 코 사이의 막(비중격)이 심하게 휘어서 그렇다는 말을 들었다. 심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도 비중격이 휘어진 것(비중격만곡증)이 원인이라는 말을 들었다.

비중격(鼻中隔)은 코 안쪽의 코를 좌우로 가르는 중앙부의 반듯한 벽이다. 이 벽이 활처럼 굽은 상태일 때 각종 코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를 ‘비중격만곡증(septal deviation)’이라 한다.

비중격만곡증 원인은 아직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선천적인 기형이나 성장과정에서 기형을 일으켰거나,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안면부 외상으로 인해 2차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홍승노 서울시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모든 사람의 비중격이 똑바로 반듯하기는 어려우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의 비중격이 휘어 있다”며 “간단히 말해 코 막힘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거나 코 막힘 이외에 다른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면 비중격만곡증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비중격만곡증의 주요 증상은 코 막힘이다. 축농증 등 만성 코 질환이 없으면서도 항상 코가 막히고 목에 가래 같은 것이 있다면 비중격만곡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또한 비중격만곡증이라면 감기만 걸려도 코가 완전히 막혀 입으로만 숨쉬게 된다. 이는 결국 구강 호흡으로 인한 구강 구조 변화 등의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밖에 코피나 두통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후각 장애와 공기 흐름의 장애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 밖에 심한 코골이와 이로 인한 수면무호흡증이나 수면 장애, 주위 산만이나 기억력 감퇴, 코 주위 통증이나 두통, 코맹맹이 소리, 후각 장애 등이 생길 수 있다.

비중격만곡증 진단은 신체검사(physical examination)로 간단히 간단할 수 있다. 내시경이나 방사선, 혈액검사 등이 필요할 때도 있다. 비중격만곡증이라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 1차적으로는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코 세척이나 비 점막 수축제 사용을 한다. 알레르기 비염이 동반되면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가 포함된 비강스프레이 등의 약물로 치료하지만 코 막힘 등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비중격만곡증을 완치하려면 비중격을 바로 펴주는 수술(비중격 교정술)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커져 있는 콧살(비갑개)을 잘라 주는 수술(비갑개 절제술)도 시행한다.

수술은 국소마취로 가능하지만 최근에는 전신마취를 많이 하는 편이다. 수술 시간은 30분 정도 걸린다. 수술 후 코를 이틀 정도 막아 놓아 지혈 및 비중격 혈종(수술한 부위에 피가 차는 것)을 예방한다.

정진혁 한양대 구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비중격 교정술은 연골이나 뼈가 자라는 시기가 끝난 고등학교 이후에 주로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