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김은희 꿈꾸며... tvN 단막극 '드라마 스테이지 2021' 오른다

입력
2021.03.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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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부터 단막극 10편 방송
신인작가 발굴 등용문 역할


한때 '드라마 왕국'으로 통했던 MBC에서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는 두 편뿐이다. 일일드라마 '밥이 되어라'와 동영상온라인서비스(OTT) 웨이브와 합작한 월요드라마 '러브씬넘버#'다. 드라마 위상이 이럴진대 단막극은 더하다. 낮은 수익성과 시청률을 이유로 하나 둘 사라진 단막극의 명맥은 KBS '드라마 스페셜'과 tvN '드라마 스테이지', JTBC '드라마 페스타'로 근근이 이어오고 있다.

tvN은 오는 3일부터 '우리에게 곧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주제로 참신한 상상력을 발휘한 다채로운 장르의 단막극 10편을 선보인다. CJ ENM의 신인 스토리텔러 지원 사업 오펜을 통해 발굴한 작가들이 쓴 작품 중에서 고른 작품들이다. 남궁종 오펜 팀장은 "'드라마 스테이지'를 통해 꺼져가는 단막극의 불씨를 되살리고 미래 K드라마를 이끌 초석을 다지겠다"며 "매년 참신하고 차별화된 작품을 꾸준히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시작한 이후 올해로 4번째인 '드라마 스테이지'는 신인 작가의 산실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지난해 종영한 tvN '블랙독'으로 주목 받은 신예 박주연 작가가 오펜 1기 출신이다. 그는 사형수가 죽기 전 먹는 마지막 음식을 만드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단막극 '마지막 식사를 만드는 여자'로 시청자와 처음 만났다. tvN '아르곤', '왕이 된 남자'의 신하은 작가,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의 이아연 작가, JTBC '18 어게인' 김도연 작가 등도 '드라마 스테이지'로 첫선을 보였다.

개성있는 신인 작가들이 참신한 소재를 바탕으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단막극의 장점 중 하나다. 이야기를 푸는 방식부터 분량, 편성 시간 등에서 기존 미니시리즈나 연속극 같은 정규 드라마보다 훨씬 자유롭다. 기성 배우와 감독에게도 새로운 변신을 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창작자들에겐 테스트베드이자 드라마 팬들에겐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재미와 의미를 담은 종합선물세트인 셈이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다양한 작품 세계를 볼 수 있다는 다양성 측면에서 중요한 만큼 단막극은 지속적으로 존속시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 역시 "상업적 논리가 아닌 드라마 산업의 연구·개발(R&D) 투자라는 틀로 단막극을 봐야 한다"고 보탰다. 다만 그는 "새롭고 다양한 시도들이 단막극에만 그칠 뿐 정규 드라마로 넘어오는 연결고리가 약한 건 문제"라며 "당장 팔릴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면서 극본 개발에 힘을 쏟기보다는 웹툰 등 원작을 각색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장기적으로는 드라마 산업에 마이너스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드라마 스테이지 2021'은 자기공명영상(MRI) 기계 고장으로 20대 청년이 된 꼰대 아저씨가 힙합퍼들과 어울려 사는 과정을 그린 '민트 컨디션(극본 방소민, 연출 정형건)'으로 포문을 연다. 불법촬영 범죄를 두고 오명을 씌우는 인터넷 기자와 오명을 지우는 디지털 장의사가 벌이는 'EP. 안녕 도로시(극본 백이신, 연출 김윤진)', 실종 5년 만에 살아 돌아온 덕구와 보험금 때문에 그가 죽은 척 살기를 원하는 가족을 다룬 '덕구 이즈 백(극본 김해녹, 연출 허석원)', 인공지능(AI) 상담원으로부터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콜센터 상담원의 애환을 담은 '박성실씨의 사차 산업혁명(극본 송영준, 연출 박지현)'도 시청자를 맞는다.

금수저인 척 거짓말로 유명세를 탄 인플루언서가 살인마에게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블랙코미디 '관종(극본 이봄, 연출 이예림)'과 두 남녀의 아날로그 사랑 이야기 '러브 스포일러(극본 홍은주, 연출 김건홍)', 임산부가 아이를 낳으러 가기 위해 좀비와 사투를 벌이는 '산부인과로 가는 길(극본 이하니, 연출 김양희)'도 눈길을 끈다. '더 페어(극본 추현정, 연출 민정아)'는 7번의 살인을 인터넷 생중계한 범인을 단죄하는 정의실현극이고, '대리인간(극본 차이한, 연출 조남형)'은 타인의 감정을 대신하는 대리인간이 된 한 여자가 의뢰인의 삶을 살기로 하면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심리극이다. 청춘 남녀 앞에 나타난 요정 지니가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며 벌어지는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럭키(극본 진윤주, 연출 김새별)'가 대미를 장식한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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