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만 중성화? 떠돌이개도 포획 대신 해볼 만하죠"

입력
2021.02.27 14:00
'애니청원' 공감에 답합니다

편집자주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 못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시작합니다.


'1마리에 50만원? 떠돌이개라고 안락사하는 게 최선일까요'라는 제목으로 보도(19일)한 애니청원에 포털사이트와 한국일보닷컴을 통해 공감해주신 분이 900명에 달했습니다. 많은 분이 무분별한 떠돌이개 포획에 반대하고, 떠돌이개 개체수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청원에 공감했는데요.

떠돌이개 포획으로 논란이 된 인천시 동물복지 담당자에게 앞으로 '야생화된 유기견'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또 서울시와 떠돌이개 중성화 사업을 진행했던 김성호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에게 '포획-안락사' 외 대안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전해 드립니다.


-떠돌이개로 인한 피해 사례가 얼마나 되나요.

"자치구가 시에 보고하는 시스템이 아니어서 정확하게 파악된 자료는 없습니다. 지난해 포획한 떠돌이개는 200여 마리인데 모두 신고가 있었고 사람이나 가축에 피해를 줬거나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본 사례입니다." (이하 인천시 동물복지 담당자)

-단순 목격 신고도 있을 텐데요. 신고 내용에 따라 포획 여부를 결정하나요, 아니면 신고가 들어온 개체는 모두 포획하나요.

"신고 내용을 분석해 포획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지나가는 떠돌이개를 봤다는 내용도 민원에 포함시켜 포획하는 게 현실입니다. 신고체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사람이나 가축에 피해를 주지 않는 강아지까지 포획해 비판이 거센데요.

"포획업자가 야생화된 유기견을 쫓다 보면 주 서식공간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강아지들도 있는데 그대로 두고 올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포획하는 겁니다. 다만 강아지의 경우 마리당 20만~30만원의 비용을 지급해 무분별하게 포획된다는 지적이 있고 이를 감안해 올해부터는 강아지에 대한 지급 단가를 낮추기로 했습니다."

-떠돌이개를 크게 줄일 더욱 효과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야생화된 유기견 포획사업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시작된 것으로 중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사업으로 떠돌이개 수를 감소시킬 수는 없는 게 사실이죠. 경기도 마당개 중성화 사업을 본따 내년부터 떠돌이개 중성화를 위한 예산을 책정하는 등 근본적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


-서울시가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시범 시행한 떠돌이개 중성화 작업 성과는 어땠나요.

"2018년 떠돌이개 11마리를 구조해 보호소를 시범운영한 결과 개체수 증가세가 줄었고, 주민 만족도도 높았습니다. 사람 손을 타지 않았던 개들도 훈련을 통해 모두 새 가족을 찾아줬습니다. 떠돌이개도 재사회화를 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죠. 하지만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이 들어간 것도 사실입니다."(이하 김성호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해외에서는 주로 어떤 대책이 마련되어 있나요.

"해외 동물보호단체·국제수의사단체연합(ICAM)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포획해 중성화하고 이를 살던 장소로 돌려보내는 대책(CNR∙포획, 중성화, 방사)이 떠돌이개 수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떠돌이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발생 원인과 지역, 주민 의지를 감안해 다각도로 접근해야 합니다."


-해외 떠돌이개 포획-방사 사례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세요.

"부탄에서 떠돌이개를 중성화시키고, 일정 기간 회복시킨 다음 다시 풀어주는 정책을 실시한 결과 떠돌이개 수를 조절하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이곳에선 떠돌이개뿐 아니라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반려견도 중성화 대상에 포함시켰죠.

홍콩에서는 2015년부터 3년간 떠돌이개 중성화 사업을 실시했는데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여건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한편 새로운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 중입니다.

싱가포르도 2018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떠돌이개의 70% 이상 중성화를 목표로TNRM(포획, 중성화, 방사, 관리) 프로그램을 시행 중입니다. 이 같은 사례는 포획-안락사만이 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