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에게 처방전을 발급한 행위는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마취과 전문의 이모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씨는 2016년 4월부터 7월까지 가상 인물을 환자 명의로 기재하는 수법으로 7회에 걸쳐 총 1,300여정의 발기부전치료제 처방전을 부정 발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인 정모씨가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하려는 목적으로 발기부전치료제 처방을 부탁하자 이를 들어준 것이다.
1심은 그러나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의사가 직접 진찰한 환자가 아니면 처방전을 교부할 수 없다'는 의료법 규정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인물을 처방전에 적은 행위의 처벌 근거는 따로 없다고 본 것이다.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1심 재판부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은 해당 의료법 조항을 '의사가 처방전 작성 대상자인 환자를 직접 진찰해야 하고, 이 환자와 처방전 교부 대상자는 동일해야 한다'는 의미로 봤다. 재판부는 "이씨가 가상의 인물인 처방전 작성 대상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은 데다, 처방전도 환자가 아닌 정씨에게 교부한 행위는 위법"이라며 이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환자가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은 채 처방전을 작성·교부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