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내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를 앞두고 홍콩 선거제 ‘개혁’에 나설 전망이다. 우산혁명과 범죄인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 등 홍콩에서 반(反)중 열풍이 거세자 친중파 인물들을 홍콩에 채우려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행정장관 선거인단을 개편하는 동시에 입법부(한국의 국회 격) 의원들의 지역구를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중앙정부가 선거제 개혁을 포함한 현 상황을 다루기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람 장관은 또 “중앙정부가 매우 우려하고 있는 것을 이해한다”며 “그들은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람 장관의 이날 발언은 전날 샤바오룽(夏寶龍) 중국 국무원 홍콩ㆍ마카오사무판공실(HKMAO) 주임의 “현재 홍콩에서 가장 긴급한 문제는 선거제도 개혁이며 법적 구멍을 메워야 한다”는 발언에 이어서다. 중국 정부의 홍콩과 마카오 최고 책임자인 샤 주임은 22일 홍콩ㆍ마카오연구협회가 주최한 비공개 화상회의에서 “중국에 반하거나 홍콩을 분열시키려는 자는 누구라도 핵심 자리를 차지해서는 안 된다”며 “모든 선거가 공정하고 올바르게 진행되는 것뿐만 아니라 중국에 반대하고 홍콩을 분열시키는 이들의 홍콩 당국 입성을 효과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정부가 홍콩 선거제도에 손을 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지점이다.
중국 정부의 홍콩 선거제 개편안은 이르면 다음달 초에 실시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월 초에 열리는 중국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ㆍ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홍콩의 선거제 개편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선거인단 1,200명 중 구의원 몫 117명을 없애고 대신 친정부 인물들로 빈자리를 메우려 한다고 전했다. 2019년 구의회 선거에서 범민주진영이 압승을 거둔 만큼, 승자독식제로 꾸려지는 구의원 몫 선거인단을 모두 범민주진영이 차지하는 것을 막겠다는 이야기다.
올해 9월 실시되는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입법회 지역구 의원 선거구도 기존 5개에서 친중 진영 득표에 유리하게끔 더 세분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명보 등 홍콩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또한 각 선거 출마자들의 자격을 심사할 별도의 기구 설치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