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 이상의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무조건 취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되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성명을 내고 “개정안은 악법”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체회의에서 살인,강도,성폭행 등 금고 이상의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무조건 취소하고, 형이 종료된 후에도 5년간(집행유예2년) 면허를 다시 주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의료행위 도중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금고 이상의 처벌을 받더라도 면허 취소 대상이 되지 않는다. 또한 부정한 방법으로 면허를 발부받은 경우에도 이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규정은 소급 적용이 가능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를 겨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날 의협은 전국 16개 시도의사회와 성명을 내고 “의료법개정안은 의료인 면허에 대한 과도한 징벌적 규제 법안”이라고 규탄했다. 의협은 “개정안은 헌법상 평등원칙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며 “특정 직업군을 타 직종과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등 형평성에 반하는 과잉규제로 절대로 통과돼서는 안되는 내용”이라고 반발했다.
현행 의료법 제65조는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사유로 △정신질환자 △마약중독자 △금치산자 △면허 대여 허위진단서 작성 및 진료비 부당 청구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해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등 특정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만 한정돼 있다.
현행 의료법은 2000년 개정된 것으로, 개정 이전에는 의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경우 면허 취소가 가능했다. 지난 20년간 의사 면허 관리 규정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은 20건 넘게 발의됐으나, 의사단체 반발로 입법에는 실패했다.
이번 의료법 개정 시도에 대해서도 의협이 ‘전면 재검토’, ‘강력 저지’ 입장을 밝히면서 26일부터 시작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일정에도 차질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냔 우려도 나온다. 의협은 20일 오후 2시 시도의사회장단과 백신접종 협력 잠정적 중단, 의사 면허 반납 투쟁, 총파업 등을 포함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