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서 짜증" 출생신고 안한 신생아 때려 숨지게 한 미혼부

입력
2021.02.19 21:00
미성년 친모 양육 포기로 홀로 키워
생후 29일 딸 머리 손으로 때려
"청소년 부모에겐 양육지원 필요"

경기 수원시에서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신생아를 때려 숨지게 한 미혼부가 재판에 넘겨졌다.

19일 경찰과 검찰 등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김모(20)씨를 구속기소했다. 김씨는 지난달 2일 반지를 낀 손으로 딸의 머리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 딸은 지난해 12월 출생해 숨질 당시 생후 29일에 불과했다. 아기는 학대 이후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뇌출혈로 숨졌다. 병원에서 아동학대를 의심해 김씨를 경찰에 신고하면서 친부의 학대 행위가 드러났다.

김씨는 당초 "모빌이 떨어져서 아이가 다쳤다"며 학대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 수사가 계속되자 "아이가 울어 짜증나서 머리를 때렸다"고 혐의를 인정했다. 수원남부경찰서는 혐의가 중대하다고 보고 김씨를 긴급체포한 뒤 구속했다. 다만 김씨가 딸을 살해할 의도는 없던 것으로 보고 살인이 아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김씨가 어린 자녀를 여러 차례 학대한 정황이 추가로 나왔다. 아기가 울면 침대 매트리스에 던지고 아기 상태가 악화해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한 사실이 드러나, 아동학대 및 아동유기방임 혐의가 추가됐다.

김씨는 딸을 혼자 키우던 미혼부였으며 출생신고도 하지 않았다. 김씨 딸이 서류상 존재하지 않아 김씨가 자녀를 잘 양육하고 있는지 누구도 알 길이 없었다. 현행법상 미혼부가 출생신고를 하려면 생모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을 모르는 경우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김씨와 숨진 딸의 친모는 혼인 상태도 아니었고 사실혼 관계도 아니었다. 수사기관에선 두 사람이 연인관계를 유지하다가 아기가 태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미성년자인 친모는 가족들 몰래 출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친모가 양육을 거부해 김씨가 아기를 홀로 키우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친모에게 "현재 사귀는 남자친구와 헤어지지 않으면 임신과 출산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겠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나 협박 혐의도 적용됐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학대에 대해선 엄벌이 필요하지만, 예방활동도 중요하다"며 "어린 청소년 부모들에게는 양육지도 및 학업·취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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