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강타한 지난 한 해 대표적인 오프라인 유통 업종인 대형마트와 백화점 업계의 희비는 극명하게 갈렸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급증한 식품 수요는 대형마트 실적 선방으로 이어졌다. 반면 백화점은 외출, 꾸미기와 연관된 패션 및 뷰티 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는 밀집시설 기피 현상이 다소 누그러드는 분위기다. 관련 기업들은 주요 소비자층으로 떠오른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 공략과 온라인 쇼핑 확대에 민첩하게 대응하도록 점포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경쟁에 집중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백화점 영업이익은 일제히 급감했다. 롯데백화점은 전년보다 36.9% 감소한 3,280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의 백화점 부문 영업이익은 1,314억원으로 55.8% 줄었다. 현대백화점 역시 45.8% 감소한 1,986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연이었던 휴점과 방문객 감소, 소비 심리 위축에 고마진 상품인 패션 부진 등의 영향이 컸다.
대형마트들은 집콕 장기화로 늘어난 집밥 수요가 주력 제품군인 식료품 매출 증가로 이어지면서 상승세를 보였다. 이마트 영업이익은 2,9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5% 성장했다. 롯데마트 역시 영업이익 190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백화점 업계는 올해 회복세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4분기에는 상반기보다 상당 부분 실적이 개선됐다. 롯데백화점 1분기 영업이익은 280억원에 그쳤지만 4분기 1,77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은 175억원에서 717억원으로, 현대백화점은 342억원에서 818억원으로 올랐다.
실적 회복 신호를 발판 삼아 백화점 3사는 대형 신규 점포 출점으로 반등을 노린다. MZ세대 공략과 각 지역 특성에 맞춘 콘셉트를 앞세우고 있다.
가장 먼저 현대백화점이 이달 26일 서울 여의도에 '더현대서울'을 개점한다. 미래형 무인 매장을 비롯해 인근 여의도공원을 연상시키는 실내 녹색 공원 인테리어를 집객 요소로 삼았다.
롯데백화점은 6월 경기 화성시 동탄역 복합환승센터에서 동탄점 문을 연다. 명품과 패션을 즐기는 30대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개방형 명품관 '아트리움'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서울 중구 본점도 여성용 명품매장과 남성 명품관을 넓히는 식으로 새단장을 앞두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대전 유성구 엑스포점 개점을 8월 추진한다. 백화점과 함께 호텔, 문화 체험 공간, 대규모 광장, 산책과 놀이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옥상 정원 등으로 충청지역 랜드마크로 키우는 게 목표다.
부진 점포를 대거 정리하는 구조조정 효과를 본 대형마트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성장한 신선식품 비중을 대폭 늘리는 등 점포 효율성을 강화하고 온라인 쇼핑족을 위한 빠른 배송 역량도 높일 예정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협업을 강화하고 점포 혁신을 통해 변화하는 유통환경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