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사찰 피해자 명진 스님 "벤틀리 타고 술 마시러 간다? 국정원 작품"

입력
2021.02.19 13:00
국정원 불법사찰 문건 내용 공개한 명진 스님
"평판 떨어뜨리려 신자들에게 유언비어 퍼트려"
"자승, 안상수 '명진 정리' 논의 전 박형준 만나"
"MB 靑, 승려 개인의 삶 파국으로 끌고 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민간인 불법 사찰 피해를 입은 명진 스님이 19일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당시 자승 전 조계종 총무원장과 자신의 승적 박탈을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승적 박탈이 국가정보원의 공작으로 이뤄졌는데,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고 박 전 수석이 이에 연루돼 있다는 게 명진 스님의 설명이다. 박 전 수석은 현재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예비 후보로 뛰고 있다.

명진 스님은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같은 내용이 적힌 국정원 불법 사찰 문건 내용을 공개했다. 국정원이 자신을 어떻게 불법 사찰했는지, 승적 박탈 기획 과정이 담긴 국정원 문서다. 해당 문건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관련 문건 공개 판결을 내린 뒤 받은 것으로, 명진 스님은 자신과 관련된 사찰 문건 30건 중 13건을 받아봤다.


"이동관 전 수석, 증언하려던 인사 협박…靑 개입"

명진 스님은 "2009년 9월 박형준 전 수석과 자승 전 원장이 만난다. 그렇게 해서 그해 11월 자승과 안상수 전 의원(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이 만나서 '좌파 주지 그냥 두면 되겠느냐, 저거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며 "이 이야기를 했을 때 박 전 수석이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다"고 설명했다.

명진 스님은 "안 전 원내대표가 좌파 주지 퇴출 발언을 했을 때 그 자리에 김형국 거사라는 분이 있었다"며 "증언을 하려고 할 때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협박과 회유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김 거사가 선거법 위반 문제가 약간 있었는데 (이 전 수석이) 그걸 풀어 줄 테니 증언을 하지 못하게 굉장한 압력을 넣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김 거사는 증언을 했고, 사찰 종무원으로 일하던 그의 아내가 일을 그만두게 됐다고 한다. 김 거사는 지금도 아무 일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명진 스님은 전했다.


"박형준, 수석 시설 주지들에게 'MB에게 힘 실어달라'고 해"

명진 스님은 또 "(박 전 수석이) 종교 담당을 했는데, 2009년 12월 24일 천안에서 충남에 있는 큰 절 주지를 모아 놓고 자승 전 원장과 박 전 수석이 그곳을 방문한다"며 "세종시 백지화에 충청도 주지들이 협조를 하고, 이명박 정권에 힘을 실어 줘야 된다고 할 정도로 (청와대와 조계종이) 가깝게 결합이 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명진 스님은 '이 내용이 모두 받아본 문건에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문건뿐 아니라 다른 기록에도 나와 있는 내용이고, 뉴스로 나왔었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문건에 국정원과 조계종이 자신의 승적 박탈을 위해 어떻게 움직였는지 나와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건에 '조계종 호법부장 덕문 총무원에게 명진이 경북에 개인 자산을 소유하고 있으니 정밀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나오는데, 조계종에서 불교계 매체에 알려줬다"며 "사실이 아니고 취재로 안 드러났는데 어떻게 불교계 기자가 알게 됐겠느냐"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국정원 공작이 청와대 지시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8년 영포빌딩 압수수색 때 대통령 기록물을 몰래 옮겨 놓았다"며 "(영포) 빌딩 지하에서 나온 문건 중에 '강남 한복판에서 막가파 행태를 하는 명진에 대한 전략적 대응을 강구하라'는 내용이 대통령 기록물에 나온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010년 2월에 봉은사에 와서 '명진을 봉은사에 발도 못 붙이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던 사실을 정확한 사람으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이에 대해 "국정원에서 사찰한 내용과 기록한 내용이 대통령 기록물을 감춰 놓은 영포빌딩에서 나왔다"라며 "청와대와 국정원이 밀접한 연결 속에 총무원과 상의해 한 개인의 승려 생활을 완전히 파국으로 끌고 간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진 스님, 대선 후보 때부터 MB 측과 악연 시작

명진 스님은 국정원이 자신을 음해하는 유언비어를 신자들 사이에서 퍼트렸다고 했다.

그는 "벤틀리를 타고 다니고, 돈이 몇 백억원 있다는 이야기가 봉은사 주지를 끝낼 때쯤 신도들 사이에서 회자가 됐다"며 "봉은사에 지하주차장이 없는데, 벤트리를 지하주차장에 감춰놓고 다닌다. 밤이면 주차장에 몰래 내려가 나가서 술을 먹고 놀다 들어온다고 소문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자가 있고 애가 둘이 있다. 여자는 식당을 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평판을 떨어뜨리기 위해 이런 내용을 인터넷과 보수 매체를 통해 널리 유포시키라는 게 국정원 문건에 있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앞서 지난해 6월 불법사찰 피해로 국가와 조계종을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07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한나라당 의원이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 전 대통령이 초하룻날 봉은사를 방문했을 때 신도들에게 인사를 해달라는 부탁을 거절하자 이 전 대통령 측과 악연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명진 스님은 이명박 정부 시절 봉은사에서 4대강 반대 문화제를 개최하고 광우병 집회를 지원했다.

조계종 사법기구인 호계원은 2017년 5월 승풍 실추 혐의로 징계에 회부된 명진 스님에 대해 제적을 결정하며 승적을 박탈했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