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린 꽃잎, 작은 생명들부터... 어느덧 봄이 왔다

입력
2021.02.20 11:00



겨울의 끝자락에서 하나 둘 봄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가는 겨울이 시새움하며 뿌려 놓은 하얀 눈을 고스란히 뒤덮고 피어난 꽃들이기에 그 모습이 눈부시다.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어김없이 핀 여린 꽃잎들, 작은 생명의 몸부림이 더욱 반갑다.

수령 370년 된 경남 양산 통도사의 ‘자장매’는 홍매화를 대표한다. 통도사 자장매는 1650년을 전후해 사찰을 창건한 자장율사의 뜻을 기리기 위하여 심은 매화나무로, 율사의 호를 따서 ‘자장매’라고 불린다. 하얀 눈을 머리에 인 자장매의 개화를 신호탄으로 전국의 봄꽃이 함성을 지르듯 피어나고 있다. 해마다 이때 쯤이면 진분홍의 '봄 빛’을 담으려는 화가와 사진가들이 하얀 눈을 머리에 인 자장매 주변으로 모여든다.







홍매화의 진분홍이 못내 아쉽다면 절정의 붉은색을 간직한 동백을 찾아 나선다. 따뜻한 남쪽에서 일찌감치 피어나 있다 하얀 눈과 함께 어우러진 모습을 보면 이보다 더한 자태가 있을까 싶다. 영하의 날씨 속에 눈까지 내린 지난 18일 천연기념물 제151호인 전남 강진 백련사의 ‘동백림’에서 동백꿀을 따기 위해 분주히 날갯짓하는 동박새의 모습이 한 폭의 동양화 같다. 동박새는 특히 동백꽃의 꿀을 좋아해 이시기 무리지어 동백꽃이 핀 숲을 찾는다. 봄을 맞이하는 생명의 몸짓이 시작된 것이다.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우수가 지나면서 농부의 손도 덩달아 바빠진다. 계절을 앞질러 비닐하우스에서 피어난 연분홍 복사꽃을 바라보며 농부는 마음이 급하다. 갸냘픈 꽃잎은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수북하게 쌓인 눈 속에서도 어김없이 봄소식을 전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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