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놀라게 한 길이 2m짜리 '괴물 물고기' 정체는

입력
2021.02.18 13:00
북미 서식종 앨리게이터가아 사체 발견
2018년엔 남미 가오리 발견 저수지 폐쇄
토종 생물 위협... 외래종 유입 심각

최근 싱가포르의 유명 저수지에서 흉측한 물고기 사체가 발견됐다. 악어 같은 기다란 주둥이에 촘촘히 박힌 이빨과 2m가 넘는 커다란 몸집을 본 사람들은 '괴물 물고기'라고 떠들었다. 알고 보니 외래종이었다.

18일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14일 맥리치 저수지에서 발견된 괴물 물고기 사체는 북미가 원산지인 앨리게이터 가아(alligator garㆍ일명 악어물고기 또는 악어동갈치)인 것으로 확인됐다. 주둥이 부분이 악어를 닮은 게 특징인 원시 어류로 최대 6m까지 자란다. 우리나라에선 위해우려종으로 지정돼 있다.

싱가포르 야생에서 앨리게이터 가아가 발견된 건 처음이다. 싱가포르 국립공원위원회는 문제의 물고기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 크기로 자라자 주인이 저수지에 풀어놓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싱가포르 중심부에 위치한 맥리치 저수지는 수자원보호구역이자 주민들이 자주 찾는 산책 공원이다. 물고기 사체는 발견 다음날인 15일 치워졌다.

서울시(605.5㎢)보다 조금 넓은 국토(719㎢)를 가진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토종 생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종 유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8년 12월에는 로어피어스 저수지에서 남미 서식종인 모토로담수가오리(남미담수가오리)가 발견되자 저수지를 폐쇄했다. 이어 물을 몽땅 빼고 140마리를 제거한 뒤에야 저수지를 다시 개방했다.

국립공원위원회는 지난 10년간 20명 이상이 불법 동물 방출 혐의로 붙잡혔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에선 저수지와 수로에 동물을 방류하면 최대 3,000싱가포르달러(250만원), 공원과 자연보호구역에 동물을 풀어놓으면 최대 5,000싱가포르달러(416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국립공원위원회 관계자는 "특히 외래종 방출은 수생 생태계를 파괴하고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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