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일보 2월 18일 만평
입력
2021.02.17 15:37
25면
배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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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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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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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라파 공격 막으려 폭탄 안 보냈다”… 미국 정부, 공식 인정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도시 라파 진격 강행을 막으려 폭탄 전달을 잠정 중단했다고 미국 정부가 공식 인정했다. 요구 관철 여부에 따른 보류 지속 가능성도 시사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8일(현지시간) 미 상원 세출위원회 국방소위 청문회에 출석, “우리는 이스라엘이 전쟁터에 있는 민간인들을 보호하지 않는 한 대규모 라파 공격을 시작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처음부터 분명히 해 왔다”며 “상황을 평가하고 고폭발성 탄약 1회분 수송을 일시 중단했다”고 밝혔다. “단기적 안보 지원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고도 했다.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전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이 무기 수송을 잠정 보류했다는 최근 언론 보도가 사실임을 확인한 것이다. 앞서 AP통신 등은 조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 미국 정부가 지난주 이스라엘로 가는 폭탄 선적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선적되지 않은 폭탄 규모는 2,000파운드(약 900㎏) 폭탄 1,800개와 500파운드(약 225㎏) 폭탄 1,700개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140만 명이 넘는 가자지구 피란민이 집결한 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벌일 경우 민간인 피해가 막대할 게 뻔한 만큼 제대로 된 민간인 보호 계획 없이 라파 군사 작전을 밀어붙인다면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이스라엘 측에 전달해 왔다. 8일 오전 기준 여성 6명, 어린이 9명을 포함해 최소 27명이 이스라엘의 라파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미국 CNN방송은 전했다. 무기 제공 보류가 이번으로 끝이 아닐 수도 있다. 오스틴 장관은 “(무기) 수송을 어떻게 진행할지 최종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1회분 수송 중단 외에 다른 것도 검토 중”이라며 △이스라엘이 과거 작전을 수행한 방식 △민간인에 가한 피해 △라파에 피란민이 집중된 현실 △향후 라파 지상전이 인도주의적 지원품 전달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 변수로 꼽았다. 미국 ABC뉴스는 “이번 선적 중단은 갈수록 커지는 바이든 행정부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 간 갈등을 보여주는 두드러진 사례”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이스라엘 압력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조치가 오래 지속돼 온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안보 지원 기조와는 별개라고 미 정부는 선을 그었다. 밀러 대변인은 “단기적인 지원 문제를 미국의 장기적인 대이스라엘 안보 공약과 연관시키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자국 채널 12뉴스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하마스 소탕 수단 제공을 미루면서 하마스 소탕 목표 달성을 위한 파트너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위기의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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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핑퐁' 허무한 결말... 국회로 공 넘긴 정부, 커지는 책임론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개혁안을 도출하지 못해 17년 만의 연금개혁이 또다시 멀어지자 각계에서 비판이 쏟아진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연금개혁을 공언했지만 국민연금법이 규정한 개혁안을 국회로 떠넘겨 개혁 좌초에 밑장을 깐 정부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8일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잇따라 성명을 발표해 전날 소득대체율(가입기간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에 대한 이견 끝에 활동 종료 선언을 한 연금특위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정치가 시민의 노후를 포기한 것"(한국노총), "공론화 결과 무시하고 노후보장 책임 방기"(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행태"(참여연대)라며 단체들은 시민대표 공론화까지 거치고도 종착점 코앞에서 개혁 행보를 멈춘 점을 지적했다. 연금개혁 논의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국회뿐 아니라 정부에도 비판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개혁안 마련은 행정부의 역할인데,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27일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 단위의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수립하면서 정작 핵심인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빈칸으로 남긴 채 국회로 넘겼기 때문이다. 앞서 2022년 10월 출범한 연금특위도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母數)개혁안을 지난해 4월까지 내놓기로 계획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특위는 활동기간을 연장해 구조개혁으로 전환하며 모수개혁안은 정부 몫으로 남겼는데, 정부는 공론화를 통해 구체화하자며 이를 다시 국회로 미룬 것이다. 당시 "맹탕 연금개혁안" "연금개혁 책임 회피" 등 날 선 비판과 함께 "국회에서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쏟아졌고 결국 현실이 됐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회와 정부 모두에 책임이 있어도 경중을 따진다면 정부 쪽이 더 크다"며 "법적으로 연금개혁안은 정부의 영역인데 그 책임을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21대 국회 임기 내 연금개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달 29일 폐원이라 남은 기간 동안 여야가 개혁안에 합의하는 극적 반전이 벌어질 가능성은 적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회 연금특위 모두 "22대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했지만, 차기 국회라고 연금개혁이 성사될 거라 장담하기도 어렵다.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국민 부담을 늘리는 연금개혁 총대를 메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나마 1년여간의 연금개혁 논의 과정에서 소득의 9%인 연금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얻었다는 평가는 나온다. 공론화에 참여한 시민대표단 과반(56%)은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 조합을 선택했고, 소득대체율을 놓고 여야가 갈등을 빚었지만 연금특위도 보험료율 13%에는 합의했다. 보험료율은 1998년 9%로 올린 뒤 26년간 그대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지난해 평균 보험료율(18.2%)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소득대체율은 견해가 달라도 보험료율 인상은 합의가 된 만큼 22대 국회에서 이 불씨를 살려 나가야 한다"며 "개혁안 불발에 책임이 있는 정부가 이제는 전향적으로 끌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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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러 동결자산 운용 수익 4조원으로 우크라 무기 지원한다
유럽연합(EU)이 8일(현지시간) 역내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에서 창출된 4조원대의 '횡재 수익'으로 무기를 구매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이는 지난 3월 20일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동결자산 운용 수익금을 우크라이나 지원금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한 지 한 달 반 만이다. EU 상반기 순환의장국인 벨기에는 이날 오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EU (27개국) 대사들이 러시아 동결자산에서 발생한 특별 수입과 관련한 조처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며 "이 돈은 러시아의 침공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재건과 군사적 방어를 지원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대사급 회의에서 타결된 잠정 합의안은 세부 검토를 거쳐 이르면 오는 15일 공식 확정될 전망이다. EU는 7월부터 집행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가 동결한 유럽 내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은 2,100억 유로(약 305조 원)에 달한다. 이 중 대부분은 벨기에에 있는 중앙예탁기관인 유로클리어에 묶여 있다. 유로클리어가 동결자산을 추가 운용해 얻은 연 25억∼30억 유로(약 3조6,000억∼4조4,000억 원)에 달한다.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이날 합의가 실행되면 수익금 가운데 90%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이전 등으로 활용된다. 나머지 10%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등 비군사적 부문에 쓰이게 된다. 이번 합의는 러시아 동결자산을 원금 그대로 몰수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하자는 미국의 구상과는 별개다. 그간 독일을 비롯해 EU는 법적 근거 미비 등을 이유로 원금 몰수에 반대해 왔다. EU의 조치로 우크라이나가 고전하고 있는 전선 유지에 새 동력을 얻게 될지 주목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의회(라다)는 병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수감 중인 죄수들을 징병할 수 있는 내용의 법안을 이날 의결했다. 개정법안은 잔여형기 3년 미만 수감자를 동원하기 위해 조건부 가석방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으로, 최종 가석방 승인 여부는 법원이 판단토록 했다. 살인이나 성폭행범,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 등 강력범이나 부패 공직자, 안보 관련 범죄자 등은 징집 대상에서 제외된다. 입대한 죄수들에게는 휴가가 부여되지 않는다. 이 법안은 의회 의장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서명하면 발효된다.
'한국산 코인' 루나·테라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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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권도형, 적색 수배 시절 세르비아 부촌 고급아파트 구입해 은신"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3)씨가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히기 전까지 인접국 세르비아의 한 고급 아파트를 구매해 도피 생활을 해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세르비아 현지 매체 노바는 6일(현지시간) 권씨가 도피 중 수도 베오그라드의 부촌인 데디네에 있는 고급 아파트 '앰배서더 파크'의 복층형 한 채를 구매해 몇개월 동안 거주해왔다고 보도했다. 이 아파트는 권씨의 측근인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200만 유로(약 29억3,000만 원)에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노바는 전했다. 권씨와 한씨가 이곳에 거주하던 시기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의 적색 수배 명단에 올랐을 때다. 이후 한씨는 먼저 국내로 송환돼 구속 기소됐다. 또다른 현지 매체 DL뉴스는 이 아파트가 외교관과 부유층이 거주하는 고급 아파트 단지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권씨가 은신했던 아파트가 주세르비아 한국 대사관에서 차로 6분 거리에 있었다며, "한국 당국은 세르비아 현지 경찰과 협력해 권씨를 추적하고 있었지만 그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권씨는) 훨씬 더 가까이에 있었다"고 보도했다. 테라폼랩스 창업자인 권씨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그는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로 넘어왔고, 지난해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가짜 코스타리카 여권을 소지하고 두바이로 가는 전용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도피 생활 11개월 만이었다.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몬테네그로에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은 권씨는 지난 3월 23일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뒤 외국인수용소로 이송된 상태다. 미국과 한국 중 인도국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인데, 권씨는 줄곧 중형이 예상되는 미국행 대신 한국 송환을 희망하고 있다. 권씨는 테라·루나의 폭락 위험성을 알고도 투자자들에게 이를 숨긴 채 해당 화폐를 계속 발행한 혐의 등으로 미국 뉴욕 연방 검찰로부터 기소됐다.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는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50조 원가량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