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부터 시행되는 일부개정 주택법 시행령(일명 전월세금지법)에 무주택 서민들이 들끓고 있다. 이미 서울 도심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청약 시장의 장벽마저 높아진 탓이다.
기존에 실거주 의무기간이 있는 공공택지는 물론,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의무기간(2~3년)을 설정한 게 전월세금지법의 골자다. 시행일 이후 분양 공고를 낸 주택에 적용되고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정부는 이미 서울 대부분과 경기 주요 도시, 신도시 등을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했다. 청약에 당첨돼도 자금 여유가 없는 무주택자는 고분양가를 감당하지 못하고 입주를 포기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는 게 서민들의 우려다. 입주 시점에 신축 아파트를 전월세로 돌리고 그 돈으로 잔금을 치르는 현재의 방식이 원천 차단되기 때문이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2023년 이후 신축 아파트에 전월세로 살 기회조차 사라질 수 있다.
전월세 금지법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간 17일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무주택 수요자들의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A씨는 “돈 있는 사람만 신축에 들어가고 돈 없으면 공공임대 가라는 소리”라고 했다. B씨는 “전월세 세입자는 새 집에 살면 안 되나요”라고 적었다. C씨는 “돈 없는 무주택자가 집을 사는 유일한 방법이었는데 그마저도 걷어차버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도 입지가 좋은 단지는 ‘금수저’를 위한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의 경우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처럼 서민이 감당하기 힘든 분양가가 책정되기 때문이다. 분양을 앞둔 래미안 원베일리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고도 3.3㎡당 5,668만원의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했다. 일반분양인 74㎡의 경우 분양가는 약 12억7,000만원으로 예상된다.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초과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20%에 불과하다. 청약 당첨자는 2억5,400만원을 대출 받고 나머지 10억1,600만원을 본인 자금으로 해결해야 한다.
여기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 기준 개정까지 이뤄져 앞으로 분양가는 주변 시세의 90%까지 올라갈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자금이 부족한 수요자는 분양 받을 때 ‘선임대 후입주’ 전략을 썼지만 이제는 자금 계획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분양 지역도 도심 내 중심 지역보다 소형, 중형 위주의 구도심으로 하향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입주 시점에 자금 계획을 잘못 세워 힘들어하는 수요자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3년 이후 신축 아파트 전세 물량이 잠기면 가뜩이나 심한 전세난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명 임대차보호법이 불지핀 전세난에다 2·4 주택 공급대책에 따른 공공 주도 정비사업으로 전월세 수요가 추가로 발생할 수도 있다. 양지영 소장은 “내년부터 입주 물량이 더 줄어드는데 신축 아파트마저 거주 의무가 생기면 전세난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정부는 "실거주 의무가 전세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주택 건설 기간을 고려하면 실제 입주 시기인 몇 년 후엔 2·4 대책 등의 주택 공급 효과가 본격화돼 전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