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채 일본 게이센(惠泉)여학원대 국제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후쿠시마 지진 이후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유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뿌렸다"는 메시지가 1923년 관동 대지진 때부터 전해진 일종의 '신화'처럼 박혀 있다며 "일본인들이 사회적 불안감을 감추기 위해 재일 한국인을 비롯해 자기 비주류를 향해 사회적 책임의 문제를 뒤집어씌우기 위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17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지진 이후 조선인이나 외국인 노동자, 흑인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는 이야기는 일본에서 큰 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정수장을 공격했다기보다는 일종의 관용 표현이라는 의미다.
이 교수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16년 구마모토 지진, 2019년 애니메이션 제작사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화재 사건 등 큰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재일 한국인·조선인이 범인이라거나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은 코로나 사태가 전혀 해결이 안 되고 있다. 올림픽 역시 불안하다"며 "사회적·구조적 문제를 직시하기보다 지진으로 인한 불안을 감추기 위해 사회에서 가장 약한 자들에게, 외국인, 비주류들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이라고 했다.
이영채 교수는 일본인의 '혐한' 정서는 정치권이 부추기는 성격도 강하다고 봤다.
이 교수는 "집권 자민당 내에서는 '비한(非韓) 3원칙'이라고 해서, 한국을 돕지 않고, 가르치지도 않고, 관여하지도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자민당에) 기본적으로 반(反)문재인 정권 의식이 아주 높은 의원들이 많다. 이들 입장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부하처럼 따라야 하는데 한국이 자립해 버리면서 보수 정치가들이 더 이상 한국을 용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 역시 집권 초기에는 한국과 관계 개선을 도모하려 했지만, 최근 정권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혐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관측했다. 코로나19 확산 대응책 실패와 더불어 도쿄 올림픽의 취소가 논의되고 개최되더라도 '무관중 올림픽'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의 시선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는 "강창일 주일한국대사가 오더라도 아직도 만날 일정을 안 잡는다든지, 또는 남관표 전 한국대사가 갈 때도 만나지 않는다든지, 정책이 혐한으로 가고 있다"면서 "극우 보수층이라도 잡겠다는 정책을 펴지 않으면 지금 스가 정권 자체는 지지율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미국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한·미·일 공조 협력을 요구하고 있는데, 한국이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음에도 일본은 오히려 혐한 정책을 구사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발언권을 얻기 위해 한일관계 경색의 책임을 한국 또는 문재인 정권 책임론으로 뒤집어씌우려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