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중국 광둥성 잔장시 쉬원현 공안국. 공산당원 우(吳·46)모 부국장이 당조회의를 주재하고 있었다. 직장이나 학교 단위 당조직에서 매월 여는 전체회의를 말한다. 그때 쉬원현 지아오웨이 파출소장 쉬(徐·40)모 씨가 들이닥쳤다. 그는 권총을 꺼내 상관인 우 부국장을 향해 쏘고는 자신에게도 총구를 겨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현직 경찰 간부의 충격적인 범행이었다.
잔장시 공안국은 사건 다음날 통지를 통해 “두 명을 병원으로 후송해 응급처치를 했다”며 “합동조사단을 현장에 급파했다”고 밝혔다. 이어 “진행되는 상황을 즉시 공표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이후 20일이 지나도 추가 공지는 없었다. 쉬원현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이틀 뒤 “쉬원현 공안국장을 교체한다”고 짤막하게 입장을 낸 것이 전부다. 경찰의 동요를 막고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상급자의 관리 책임을 묻는 문책성 인사부터 단행한 셈이다.
중국 온라인 공간에서는 “두 사람이 모두 숨졌다”는 말이 돌았다. 소식을 접한 이들은 “새로 시작된 TV 드라마의 한 장면인줄 알았다”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젊은 혈기에 저지른 충동범죄와는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세상 물정을 알만한 40대 중년의 남성, 그것도 규율이 엄격한 경찰 조직의 간부가 여러 명이 보는 앞에서 버젓이 총격을 자행한 전례 없는 사태에 대중의 호기심은 증폭됐다.
하지만 누구도 사건의 내막에 접근할 수 없었다. 중국 매체들은 공안국의 통지 내용만 반복해서 퍼 날랐다. 목격자는 입을 닫고, 관련 기관은 당시 상황에 대한 언급조차 거부하다 보니 관심의 초점은 사건 당사자에게 맞춰졌다.
여론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맡은 업무와 갈등 요인에 주목했다. 지휘계통상 쉬 소장의 파출소는 우 공안부국장의 관할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우 부국장은 수사 외에 마약 범죄도 총괄하는 자리에 있었는데, 쉬 파출소장 또한 지아오웨이 향촌 마약 단속반의 일원이었다. 지난해 11월 우 부국장의 형제가 “권력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웠다”는 내용의 제보가 접수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총격 사건에 연루된 두 사람이 마약이나 다른 이권을 놓고 껄끄러운 관계였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쉬 파출소장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의 선봉에서 솔선수범한 공로로 표창을 받는 등 지역사회에서 평판 좋은 공무원이었다. 반면 이번 사건이 "당의 영도에 따라야하는 경직된 사회 구조속에서 좌절한 개인의 분노를 드러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경찰이 중국의 기강과 자부심을 상징하지만, 기득권층의 오랜 불만을 극단적 형태로 표출하도록 방치할 만큼 공직사회 내부 자정기능이 약해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