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부활했지만… 무너지는 ‘프라우드 보이스’

입력
2021.02.15 04:30
극우 성향 백인우월주의 조직 프라우드 보이스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조직원 체포 등 된서리
"다른 극우 조직 변모 가능성" 우려 섞인 시선도

미국 극우 성향 백인우월주의 조직 '프라우드 보이스' 회원들이 지난달 6일 워싱턴 국회의사당 난입 전 의사당 앞에 모여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예상대로 부결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곧바로 “(상원의 탄핵 심판은) 역사상 최대 마녀사냥”이라는 성명을 내고 반격을 예고했다. 하지만 탄핵안 부결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6일 워싱턴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 기반들을 흔들고 있다. 미 사법 당국의 끈질긴 수사, 국내외에서 쏟아지는 압박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조직이자 의사당 난입 사태 중심에 있는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의 분열 위기가 대표적인 예다. 다만 프라우드 보이스의 분열이 새로운 극단주의 조직 탄생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 일간 USA투데이는 최소 3곳의 프라우드 보이스 주(州) 지부가 최근 중앙 조직과 결별을 선언했다고 전했다. 앨라배마주 프라우드 보이스는 “의장을 비롯해 전국 단위 지도부나 이를 대체하는 조직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고, 인디애나와 오클라호마에서도 같은 의견을 냈다.

백인ㆍ남성 우월주의 단체 프라우드 보이스는 2016년 설립 뒤 무슬림, 유태인, 페미니즘 반대를 표방하며 극우 성향 행동대로 세력을 키웠다. 지난해 9월 대선 TV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프라우드 보이스, 물러나서 대기하라”는 언급을 하며 유명해졌다.

현재는 의사당 난입 사태에 앞장섰다 된서리를 맞고 있다. 프라우드 보이스 대표인 엔리케 타리오는 이 조직 참여 전 미 연방수사국(FBI)과 경찰의 정보원 역할을 하며 범죄자 13명 기소에 협력했다는 내용이 공개돼 타격을 입었다. 의회 방해 혐의로 기소된 시애틀과 하와이 지부 회원처럼 실제 처벌을 받고 있는 경우도 다수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 3일 프라우드 보이스를 테러 단체로 지정했고, 백악관도 극단주의 단체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 후 체포, 기소된 200여명 중 특정 조직 소속은 10% 안팎에 불과하지만 프라우드 보이스 같은 조직에서 이번 난입을 기획하고 조종했다는 분석이 다수다.

프라우드 보이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 프로그램인 텔레그램 채널에선 프라우드 보이스라는 이름이 이미 없어졌고 대표 타리오가 다시 조직을 휘어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실상 소멸 수순이다.

그러나 프라우드 보이스가 해체되거나 바뀐다고 해도 극단주의자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름만 바꿔 언제든 다시 활동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화한 인디애나주 조직의 경우 다른 백인우월주의 단체로 변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30년 이상 극우 성향 극단주의 조직을 파헤쳐온 데릴 레이몬트 젠킨스 '원 피플스 프로젝트' 집행국장은 USA투데이에 “핵심적인 부류는 똑같이 머물러 있을 것”이라며 “여전히 (극단적 우월주의라는) 같은 동기와 의제를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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