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일 없던 듯 지내진 못했습니다."
박미희(58) 흥국생명 감독이 소속 선수의 학교 폭력 의혹에 사과하는 한편, 그간의 심경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아울러 ‘특정 선수 부모의 훈련 참관’ 의혹은 다시 한번 단호하게 부인했다.
박 감독은 1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V리그 기업은행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고개를 숙였다. 흥국생명은 이재영ㆍ이다영(25) 쌍둥이 자매의 학교 폭력 논란 이후 지난 11일 김천 도로공사 전에서 0-3으로 대패한 이후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70명 이상의 취재진이 계양체육관을 찾았다. 박 감독은 “어떤 이유에서건, 학교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 팀 사령탑으로써 많은 분께 사과한다”고 운을 뗐다.
선발 선수 변화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도로공사전 처럼) 이재영 자리에 김미연이 레프트 한자리에 서고, 김다솔이 (이재영을 대신해) 세터로 선발 출전한다”며 “지금 팀에서 뛰는 선수들도 한 시즌을 치르고자 열심히 준비했다. 선수들에게 ‘그 시간이 헛되지 않게,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새로 합류한 외국인선수 브루나에 기대감을 전했다. 박 감독은 “지금 브루나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면서 “(기대치만큼) 올라올 때까지 경기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팀의 주축인 이재영ㆍ이다영이 팀 전력에서 빠지면서 남은 선수들은 심리적으로도 부담이 크다. 하지만, 배구는 계속해야 한다. 박 감독은 “사실 아무 일이 없던 것처럼 지내지는 못했다”면서 “많은 일이 있었고 선수들도 매체를 통해 진행 상황을 접한다. 그걸 감내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하지만 우리는 프로다. 주장 김연경 등 선배들이 후배들을 잘 다독이고 있다”면서 “우린 그동안 시즌을 준비하면서 많은 노력을 했다. 그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경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강조했다.
흥국생명은 이날 전까지 승점 50(17승 6패)으로 선두를 질주 중이다. 승점 1을 추가하면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하고, 남은 7경기에서 승점 14 이상을 얻으면 정규리그 1위도 확정한다. 박 감독은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무척 당황스럽지만, 선수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영ㆍ이다영 자매의 어머니인 국가대표 세터 출신 김경희 씨의 훈련 참관 의혹은 다시 한번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무척 당황했다. 여긴 동네 배구하는 곳이 아니다. 보호해야 할 초등학생이 있는 곳도 아니다”라며 “프로배구 팀 훈련에는 아무나 출입할 수 없다. 모든 프로 지도자들에게 실례가 되는 얘기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