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내 첫 코호트 격리, 첫 사망자 발생한 청도대남병원 가보니

입력
2021.02.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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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간 정신질환자 1명도 안 받아·정신과도 폐지 
하나로 연결된 요양원·요양병원 철제셔터로 분리 
한 몸처럼 붙은 청도군보건소는 신축·이전하기로

16일 오전 경북 청도 대남병원 입구. 여느 병원과 다름없는 모습이었지만 1년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폭증에 따른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1호 병원, 국내 코로나19 첫 사망자 발생으로 생긴 생채기는 곳곳에 남아 있었다.

'대남병원 하면, 정신병원'으로 불릴 정도로 정신병동으로 특화된 의료시설이지만, 이날 찾은 병원에서는 '정신병동' '정신과' 같은 단어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병원 한 직원은 "정신병동으로 쓰던 층은 전부 비어 있다"며 "앞으로 정신병동을 다시 운영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4개 층으로 이뤄진 대남병원은 1년 전까지 2개 층을 정신병동으로 사용했다. 1년 전만 해도 전체 입원 환자 120여명 중 103명이 정신병동 환자였다. 당시 이 병원에선 직원을 포함해 115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정신병동 입원환자 중 2명을 제외하고 101명이 확진됐다. 집단감염에 이어 국내 첫 코로나19 사망자 발생으로 언론의 조명을 집중적으로 받으면서 열악한 시설과 함께 환자 부실관리로 사태를 키운 사실이 알려졌고,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특히, 코로나19에 감염돼 상태가 악화되면서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의 몸무게가 42㎏에 불과하고 '처음 바깥 공기를 마셔본다'고 말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지탄을 받기도 했다.

병원 수입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던 정신병동을 폐쇄하고 남은 진료과는 내과 신경과 정형외과 정도. 청도에서는 여전히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3분의 1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병원 관계자는 "여러 모로 힘든 상황이지만, 응급실은 유지하고 있다"며 "의료진을 보강해 병원을 정상화하고, 지역의료 중심 역할을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분일까. 1층 외래 병동 접수대기 의자에는 이날 수십 명의 환자가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간호사와 직원들은 진찰 안내와 업무 처리에 여념이 없었다. 코로나19로 이전보다는 다소 환자 수가 줄었지만, 1년 전 확진자를 쏟아내면서 비난받던 병원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북적거렸다. 내부 시설도 인테리어 공사를 통해 새 병원처럼 단장했다.

대남병원과 한 몸처럼 붙어 있는 청도군립요양병원과 청도군보건소, 요양원은 건물을 하나로 연결하는 복도 사이사이에 철제셔터가 설치됐다. 긴 복도는 1년 전 집단감염 확산 경로로 지목됐던 곳이다.

청도군보건소 관계자는 "비어 있는 정신병동을 감염병 환자 간호교육장으로 이용하는 방안이 검토됐다”며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병원도 워낙 큰일을 겪은 터라 쉽게 나서지 않으면서 흐지부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남병원 바로 옆 청도군보건소는 신청사 이전 계획에 따라 설계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보건소가 병원과 붙어있으면서 지난해 병원이 코호트 격리될 때 함께 폐쇄돼 감염병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했던 보건소다. 청도군은 국비 39억원과 도비 10억원, 군비 126억원 등 175억원이 투입되는 신청사 건립 사업을 3년 내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청도=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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