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 200원? 커피 1회용 컵 보증금, 얼마나 내실래요

입력
2021.02.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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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컵 보증금이 얼마나 비싸야 충실하게 반납할까. 100원? 200원?

정부가 '1회용컵 보증금'을 14년만에 부활시키려는 가운데 '적정 보증금 수준'을 놓고 고심 중이다. 너무 싸면 소비자들이 무시할 수 있고, 너무 비싸도 보증금을 둘러싼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16일 환경부에 따르면 내년 6월부터 '1회용컵 보증금제'가 도입된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 1회용컵을 쓰려면 돈을 내야 한다. 다 마신 뒤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되돌려준다. 1회용컵 사용량은 2007년 약 4억2,000만개에서 2018년 약 25억개로 6배나 급증했다.

보증금제는 환경보호를 위해 1회용컵 사용량을 보증금으로 억제해보자는 것이다. 동시에 이렇게 가게를 통해 한 번에 컵을 회수하게 되면 재활용도 무척 쉬워진다. 보증금이 있으니 그냥 버려지는 걸 주워다 반납하는 사람이 생겨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정부는 아예 1회용컵을 규격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가게별로 제각각인 컵을 통일하면 재활용이 쉬워서다. 다만, 강제를 할 수는 없으니 규격화된 컵을 쓰면 보증금을 싸게, 다른 컵을 쓰면 보증금을 더 비싸게 차등화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이런 원리를 생각하면, 보증금은 비쌀 수록 좋다. 보증금이 비싸야 그 돈이 아까워서라도 텀블러 같은 개인 컵을 준비하거나, 1회용컵을 쓴다 해도 악착같이 반납하리라는 기대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국 활동가는 "보증금이 클수록 반환률이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커피 값의 10% 수준, 400~500원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냥 비싸면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김영훈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KORA) 1회용컵보증금제도입작업반 TFT 팀장은 "보증금제를 미리 도입한 유럽에서는 범죄 조직이 개입해 보증금 라벨을 위·변조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며 "보증금이 너무 크면 보증금 라벨의 (위·변조 방지) 보안 수준이 화폐 수준으로 높아야 한다"고 전했다.

또 2018년 환경부가 소비자 3,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1회용컵 보증금의 적정가가 265원으로 나왔다. 여기다 현재 소주병 보증금은 100원, 맥주병은 130원인데도 공병 회수율은 95%를 웃돈다. 홍동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관은 "차곡차곡 포갤 수 있어 회수가 쉬운 1회용컵은 공병 보증금보다 더 낮아도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조만간 1회용컵 보증금 책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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