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실형 작가 책 회수한다는데…누리꾼들 "추천 글은 왜 남기나"

입력
2021.02.16 12:30
가문비 "한예찬 작가 책 회수, 반품도 받겠다" 
늑장 대처·흔적 못 지우는 출판사에 비판 여론 
작가 퇴출·책 폐기·불매운동 나선 누리꾼들

어린이용 판타지물 서연이 시리즈 등을 쓴 한예찬 작가가 아동성추행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한 작가의 책을 출간해온 출판사가 서점에서 한씨의 책을 회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실형이 나오기까지 기다렸다가 여론을 살핀 뒤 대처한 출판사가 늑장 대응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또 해당 출판사가 운영하는 블로그에는 한 작가의 책이 버젓이 소개돼 있어 대응에 신중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서출판 가문비는 15일 홈페이지에 한 작가의 책을 회수한다는 내용의 '한예찬 작가 성추행 실형 선고 관련 공지' 글을 올렸다.

출판사는 "예스24, 알라딘, 교보문고 등 (온라인 서점에) 올린 도서는 내렸다"며 "교보 등 오프라인 서점에도 매대 노출을 하지 않고 반품을 원할 시 모두 반품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과거 문제됐던 책도 함께 비판 받기도

그러나 가문비가 운영하는 블로그에는 여전히 한 작가가 쓴 '서연이와 구슬아씨' 책 추천 글이 남아 있다. 서연이와 마법 시리즈로, 지난해 10월에 출간된 책이다. 가문비는 해당 책을 소개하면서 "지은이 한예찬 작가는 10대들을 위한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쓰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누리꾼들은 이에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버틸 생각이었냐"며 출판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아동 성범죄로 실형을 받은 작가를 아동에게 추천할 수 있느냐며 해당 책 소개 글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한 누리꾼은 "어린이 출판사의 성 감수성이 이래도 되나 싶다"며 "눈앞에 닥친 피해만 생각하지 말라. 아깝다고 책 팔 때가 아니라 아동 성추행범과 손절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가문비 책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누리꾼도 많았다. 누리꾼들은 "한예찬과 가문비는 이제 거른다"(s*****), "가문비가 확실하게 대처할 때까지 불매하겠다. 조속히 나서달라(d******)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트위터에선 누리꾼들이 '아동성범죄자 한예찬 퇴출'이란 문구에 해시태그를 달아 올리며 가문비에 책임 있는 대처를 촉구했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 가문비 고객센터 전화번호를 올리며 "책 폐기하라고 항의해 주세요. 주변 도서관이나 서점에도 한 작가 책 폐기하라고 민원을 넣어주세요"라고 독려했다.

일부 누리꾼은 한 작가의 책뿐만 아니라 가문비가 출판한 책 중 일부가 어린이 도서로 부적절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누리꾼들은 "(가문비 책 중) 다른 책을 읽어본 한 도서관장님이 '도서관에 비치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하더라. 이 책만 문제 되는 게 아닌 것 같다"(e*********)고 지적했다.

2015년 논란이 된 어린이 시집 '솔로 강아지'를 언급한 누리꾼도 있었다. 가문비는 같은 해 3월 어린이 시집 '솔로 강아지'를 출간했다. 시집에 수록된 동시 '학원 가기 싫은 날'이 지나치게 잔혹하다는 비판을 받았고, 가문비는 전량 회수 및 폐기 처분하기로 했다. 학원이 가기 싫어 엄마를 잔혹하게 죽이겠다는 내용의 시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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