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많던 한전의 신재생 발전사업 진출 강행…거세지는 ‘전력망 중립성’ 훼손 논란

입력
2021.02.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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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전책 뒷받침 위해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길 열어 
신재생에너지 전환 요구하는 단체들까지 반대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 진출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전 발전 사업에 대한 국회 차원에서의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그 동안 한전의 발전 사업 진출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다. 국내 전력 판매와 송전망 사업을 독점한 한전이 발전 사업까지 진입할 경우, 민간 사업자 위주로 구성된 기존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경쟁 체제가 훼손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지난 2001년 전력산업구조 개편에서 한전은 발전 부문을 떼내 6개 발전 공기업으로 분리, 전력 판매사업만 맡아왔다. 하지만 문재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한해 예외를 두기로 정하면서 한전의 발전 사업 추진에 물꼬가 트였다.

한전, 올해 안에 신재생 발전사업 진출

16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전의 신재생애너지 발전사업 참여를 허가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이르면 이달 말 열릴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지난해 7월20일 해당 법안이 발의된 지 7개월 만이다. 정부 관계자는 “여당에서 일부 의원이 여전히 반대하지만 이번에 통과시키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안다”며 “국회 법안소위 문턱만 넘으면 남은 절차인 본회의 통과까진 일사천리로 진행돼서 올해 안에 한전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문재인정부는 ‘탄소중립 2050’ 정책의 목표 달성을 위해 전체 에너지원에서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거대 공기업인 한전을 신재생에너지 발전 부문에 진출시키면서 사업 추진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중이다. 정부는 법안 통과 이후 한전이 발전사업의 첫 삽을 뜰 곳으로 신안해상풍력단지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안해상풍력단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전남 신안군에서 열린 투자협약식에 직접 참석할 정도로 공을 들이는 곳이다. 정부는 여기에 총 48조원을 투입, 세계 최대인 8.2기가와트(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으로, 문재인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정책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

신재생 분야서 민간 사업자 도태 불가피

문제는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찬성하는 탈(脫)원전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조차 정부의 이번 법안 통과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유는 역시 ‘전력망 중립성’ 훼손 때문이다. 송배전 전력망 인프라를 관리하는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진출하면 자신들의 사업과 관련된 인프라 투자만 늘리게 돼, 결국 민간 사업자들의 전력망 연결이 어려워져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진출하는 건 전력망 중립성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일"이라며 "민간 발전사업자는 전력망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가진 한전과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전에선 이에 대해 전력망 정보를 공개하고 업무 중 취득한 정보를 활용해 사적이익을 취할 수 없도록 하는 금지행위 규정을 강화해 이를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사업 정보에 해당하는 전력망 정보 공개가 형식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고, 금지행위 규정이 준수되는지 감시하기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문재인정부가 탄소중립 정책의 단기목표 달성에 급급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한전이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선점하면 민간 사업자들이 사업을 미리 포기하게 되면서 결국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오히려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에서다.

기후솔루션과 에너지전환포럼, 환경운동연합 등은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허용하는 것은 '공룡 기업'에 대한 특혜"라며 "근본적으로 한전이 보유한 송전사업과 발전사업을 분리해 이해관계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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