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 "文정부서 면죄부 재판" 해경 지휘부 무죄에 격앙

입력
2021.02.15 19:00
"현장만 따진 부실 수사가 자초" 검찰 비난
文대통령에도 "재판결과 어떻게 봤나" 날세워
유족 측, 향후 공수처 고소·고발 방안도 검토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업무를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된 해경 지휘부가 15일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세월호 유족은 “용납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법원과 검찰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김종기 4ㆍ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날 1심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1시간 반 동안 (법정에) 앉아 있었는데 너무 괴로웠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피고인을 대변하는 듯한 재판 결과는 국민들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런 ‘면죄부 주기’ 재판은 다시 열리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죄 입증에 실패한 검찰을 비난하기도 했다. 유경근 4ㆍ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총 17개의 수사 과제 중 단 두 가지만 기소했는데, 그 중 하나가 무죄로 끝났다”며 “이번 재판 결과는 부실수사를 했던 검찰 특수단이 자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의 발생과 구조ㆍ수습 과정, 진상규명 과정까지 종합적으로 규명했어야 했는데, (검찰은) 모든 것을 무시하고, 단지 현장에서 일어난 일만을 놓고 따지는 수사를 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도 쏟아냈다. 유 위원장은 “오늘 재판 결과를 어떻게 보셨느냐”며 “박근혜 정부가 아닌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난 재판”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는 “엉터리 수사와 재판이 공공연하게 자행되는데, 무엇으로 진상규명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을 하신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유족 측은 항소심에서 적극적으로 ‘피해자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물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재수사를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유족 대리인인 이정일 변호사는 “6년의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로 (해경 지휘부가) 공동책임에서 벗어난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향후 참사가 일어날 때 언제든지 지휘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면죄부를 줄 수 있는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는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고위공직자들을 공수처에 고소ㆍ고발하는 것도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즉각 항소 방침을 내비쳤다.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1심 선고결과를 납득할 수 없으며, 항소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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