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에 선물·사과편지 보냈지만 구속된 인천 어린이집 교사

입력
2021.02.15 22:04
경찰, 아동 상습학대 혐의 2명 구속
아이들 방치한 채 고기 구워먹기도

자폐증 판정을 받은 5세 아동 등 원생들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아온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 2명이 구속됐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A(20대)씨와 B(30대)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이원중 인천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이들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영장심사에 출석한 두 사람은 "혐의를 인정하느냐" "아이들에게 미안하지 않느냐"는 등의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A씨와 B씨는 지난해 11월과 12월 서구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장애아동 5명을 포함한 1~6세 원생 10명을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경찰은 해당 어린이집 20~30대 보육교사 6명 전원과 40대 원장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하고 학대 정도가 심한 A씨와 B씨의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이 해당 어린이집 7개 교실의 두 달치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학대로 의심되는 행위는 200여차례에 달했다. 장애가 있는 원생에게 분무기로 물을 뿌리거나 때리고 원생을 사물함으로 밀어넣은 뒤 문을 닫거나 넘어뜨리는 장면 등이 CCTV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보육교사들이 노트북 영상을 보여주며 아이들을 방치한 채 교실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모습도 CCTV에서 확인됐다.

피해 학부모들은 이날 인천지법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보육교사들에 대한 구속수사와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B씨는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이날 새벽 피해아동 집에 찾아가 '오늘이 지나면 얼굴 뵐 기회가 없다'며 '뵙고 사죄드려도 될까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학부모에게 보낸 뒤 집 현관문 앞에 과자 바구니 선물을 놔두기도 했다. A씨 또한 최근 다른 피해 학부모에게 '정말 큰 잘못을 했고 꼭 사죄드리고 싶다. 평생 죄스러운 마음으로 속죄하며 살겠다'는 내용의 자필 사과문을 보냈지만 모두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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