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곳 중 4곳이 국내 고용 축소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벤처기업협회가 지난달 총 23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인 인식 조사’ 결과다. 한 구인구직 플랫폼이 575개 기업에 물은 ‘2021년 경영 전망’에서도 ‘비용 절감을 위한 인력 구조조정’을 위기 대비 전략으로 꼽은 곳이 34%(복수응답)나 됐다.
이런 결과와 전망은 이미 1월 취업자 수 감소 폭이 100만명에 육박하고 실업자 수도 150만명을 훌쩍 넘은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안 좋다는 현 고용 상황이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란 얘기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최악은 아직 시작도 안한 셈이다.
기업들의 고용 축소나 인력 구조조정 검토는 코로나19 등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장 큰 이유다. 실제로 경영 전망 응답 기업 10곳 중 6곳은 ‘코로나19 재확산’을 최대 악재로 지목했다. ‘올해가 지난해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답변도 절반을 넘었다. 게다가 기업 규제 강화와 정치권의 반기업 정서도 무시할 수 없다. ‘공정경제 3법 등 최근 강화된 규제가 경영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는 질문에 기업인 86%가 국내 고용이나 투자를 줄이고, 해외로 이전할 수 있다고 답했다.
앞으로 닥칠 일자리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기업들이 고용을 줄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해소해 적어도 기존 일자리는 유지되도록 하는 게 순서다. 지금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만큼 일자리를 지키는 기업도 중요하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노사 합의를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을 우선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뒤 정부도 소매를 걷어붙였지만 재직자 고용 유지 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은 수요에 비하면 크게 부족하다. 실적 악화에도 인력 구조조정 대신 고용 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는 좀 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일자리 하나도 절실한 지금 기업의 기를 살리는 것도 민생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