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기관 투자가들이 공매도를 하기 위해 맺는 대차거래 계약이 전산화된다. 그동안 대차거래 과정이 '수기'(手記)로 이뤄져 무차입 공매도 원인으로 지목돼온 만큼, 전산화를 통해 거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공매도 폐지만이 답"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보여주기식 대책"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오는 3월 8일 '대차거래 계약 확정시스템'을 출시한다고 15일 밝혔다.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리는 '대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시스템이 시행되면 차입자와 대여자 간 이뤄진 대차계약의 절차가 모두 전산화된다. 참가자들이 대차거래 계약 내역을 입력해 확정하면 해당 시각을 기준으로 계약일시가 자동으로 생성, 저장되는 식이다.
다만 예탁원은 먼저 기관을 대상으로 해당 시스템을 시행하고 외국인의 경우 인증 관련 인프라 개발 등을 거쳐 올해 안에 적용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기관 투자가와 외국인은 전화나 메신저, 이메일 등을 통해 대차거래를 해왔다. 이후 예탁원이 직접 거래 내역 등 대차과정을 기록하는 식이었다. 이 같은 수기 방식의 거래는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의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인공지능(AI) 시대 있을 수 없는 일"이란 비판이 일기도 했다. 실제 해외 대부분의 국가에선 이런 전자 플랫폼을 통해 대차거래 계약 확정 절차를 처리한다.
예탁원은 시스템 구축으로 대차거래 계약에 관한 불신이 해소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배혁찬 예탁원 증권결제본부장은 "현재 대차거래 참가자는 메신저나 전화, 이메일 등을 이용해 대차거래 계약을 확정해, 착오 입력 위험에 상당 부분 노출돼 있다"며 "(이 시스템을 통해) 불신이 해소되고 대차거래 고객의 편의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매도에 대한 불신이 깊은 개인 투자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앞서 개인들은 공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에 걸러낼 시스템을 비롯해 대차기간 축소,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공매도를 재개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이날도 개인 투자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이미 공매도를 재개하기로 한 상황에서 보여주기식 대책만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