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중요해지는 '산업의 쌀' 반도체…삼성전자·하이닉스 모두 수혜

입력
2021.02.15 16:40
6면
스마트폰, 데이터센터 이어 자동차라는 신규 시장
차량용 반도체 품귀에 미·EU 모두 천문학적 투자
반도체 설계-위탁생산 구조 유지, 삼성전자 수주 기대
자율주행차 확대에 D램 등 메모리 수요도 커질 것

최근 들어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년간 글로벌 시장도 장기 호황(슈퍼사이클)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도 적지 않은 수혜가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8.4% 성장한 4,694억300만달러(약 517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글로벌 IT기업의 데이터센터가 잇따라 확충되면서 연간 최대 매출에 달했던 2018년(4,687억달러) 기록까지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다. 이는 '자동차'란 신규 시장까지 더해진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동차 기업들은 반도체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 차량용 반도체 공급은 크게 부족하다. 유럽과 미국의 자동차 공장이 반도체를 못 구해 생산을 못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럽연합(EU)과 미국 정부는 최근 자국의 반도체 역량을 키우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업계에선 이런 흐름이 국내 반도체 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반도체 생산 공장을 자국 내에 두고, 안정적인 반도체 생산 체계를 가져간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생산에 대한 높은 진입 장벽을 감안하면 퀄컴, AMD, NXP 등 미국과 유럽의 반도체 기업은 제품 설계를 맡고,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에게 위탁 생산(파운드리)을 주는 구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지난 11일 독일과 프랑스의 주도 하에 EU가 최대 500억 유로(약 66조9,000억원) 규모의 첨단 반도체 제조기술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여기에 삼성전자와 TSMC 참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10나노미터(10분의 1미터) 이하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 뿐이다. 양 사의 파운드리 공장 가동률은 이미 100%다. 이런 배경에서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도 상승효과가 점쳐진다. 자율주행 레벨 4~5 수준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선 12개의 카메라가 800만 화소로 초당 60프레임을 촬영하고, 촬영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데이터 처리 속도는 초당 10기가바이트(GB)에 이른다. 이를 위해선 자율주행차 1대에 최대 80GB 규모의 D램과 1테라바이트(TB)의 저장공간이 탑재돼야 한다. 연간 자동차 판매량이 1억대인 점을 감안하면, 스마트폰(4GB 램 기준) 20억대에 맞먹는 규모다. 지난해 전세계에 출하된 스마트폰은 15억7,000만대로, 스마트폰보다 더 큰 시장이 새로 열리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최영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축소된 재고와 공급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기저효과와 5세대(G)이동통신, 서버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자들의 재고 재축적 수요가 기대된다"면서 "오는 2024년부터는 자율주행을 중심으로 새로운 메모리 사이클의 기폭제가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안하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