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대변인이 12일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 ‘긴급한 우선순위’라고 밝혔다. 북핵이 미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린 게 아니란 점을 바이든 정부가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이러한 미국의 입장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첫 통화 뒤 나왔다. 두 사람은 한미 동맹이 평화와 안정, 번영의 핵심축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공조할 것을 다짐했다.
미국이 이 과정에서 유독 한미일 협력을 강조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블링컨 장관은 앞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도 한미일 조율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이는 동맹과 함께 중국을 포위 압박하겠다는 미국의 전략 때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우방국 정상과 먼저 통화하고 중국을 겨냥한 국방 전략 수립 계획까지 발표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건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 외교엔 기회이자 위기다. 동맹 강화가 절실한 바이든 정부는 한국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다. 교착 상태였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13% 인상으로 급물살을 타고, 한미연합훈련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건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미국이 우리에게 반중 전선에 동참할 것을 요구할 경우 한중 관계는 불편해질 수 있다. 중국을 앞에 둔 미국 입장에선 한일 관계가 삐걱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급선무겠지만 과거사나 위안부 문제가 자칫 우리 의사와는 무관하게 처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에 핵개발 시간만 더 줄 경우 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란 점에서 북핵은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다. 그러나 이젠 미중 충돌과 한미일 협력이란 변수까지 고려해야 하는 고차 방정식이 됐다. 미국의 전략을 이해하고 중국의 오해를 사지 않으면서 미국이 북핵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게 하려면 동맹의 가치로 한미 소통을 복원하고 꽉 막힌 한일 관계의 물꼬도 터야 한다. 이른 시일 내 한미 정상회담부터 성사시켜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