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 불붙은 MB 국회의원 사찰…실체 규명부터

입력
2021.02.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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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MB)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국회의원 사찰 의혹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정보위 차원의 정보 공개 및 진상규명 특별결의안을 추진키로 하면서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야당은 선거 개입이라고 맞서고 있지만 그냥 덮을 수는 없는 심각한 사안이다. 다만 불확실한 사생활 정보가 널리 알려질 경우 사찰 대상의 피해가 커질 수 있고, 보궐선거에 악용될 소지도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정보 공개와 피해 방지 조치가 필요하다.

국정원 사찰 자료는 김승환 전 전북도교육감의 정보공개 청구로 존재가 드러났다. 그가 받은 국정원 문건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지시로 대통령을 보좌하고 국회도 견제하기 위해 의원 전원에 대한 신상 자료 관리가 필요하다’는 언급이 나온다. 사찰 자료는 18대 국회의원 전원, 연예인, 언론인 등 900여명의 사생활, 개인 비리 정보를 담고 있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사실이라면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을 능가하는 충격적인 일이다.

국정원은 “해당 문서의 존재 여부나 목록을 확인할 권한이 없어 확인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는데 국회 정보위에서 16일 특별결의안이 가결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회 결정에 따라 실체를 명확히 조사해야 한다. 사찰 자료는 피해자에게 공개하고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인정보를 제외한 사찰 실태에 대해서는 국민에 소상히 알려야 한다.

국민의힘 측은 사찰 논란을 보궐선거 승리를 위한 여당의 공작으로 간주하고 있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가 1차 타깃이라는 것이다. 경쟁자인 김영춘 민주당 예비후보는 9일 "사찰을 시작한 것으로 언론이 지적한 2009년 하반기는 박형준 예비후보가 정무수석을 하던 시기"라며 진상 규명과 사죄를 촉구했고 박 예비후보는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싸잡아 공개 비난한 것"이라고 맞섰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명확한 진상 확인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