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데 고혈압은 무슨…" 30대 환자 인지율 20%에 불과

입력
2021.02.1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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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젊은 고혈압 환자가 고혈압 약을 한 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으로 약 복용을 꺼리고 있어 안타깝다.”

손일석 대한고혈압학회 홍보이사(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최근 30~40대 젊은 고혈압 환자가 적지 않게 늘고 있지만 약을 제대로 먹지 않은 ‘사각지대’에 남아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사실 30대 젊은 고혈압 환자의 인지율ㆍ치료율ㆍ조절률은 각각 19.8%, 16.9%, 12.3%로 10%대에 그치고 있다. 40대의 경우 고혈압 인지율이 2007~2009년 47.7%에서 2016~2018년 44.8%로 오히려 줄었고 치료율은 38.8%에서 38.2%로, 조절률도 27.9%에서 29.1%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반면 60대 이상 고혈압 환자는 대부분 고혈압 진단을 받아서 80% 이상이 자신이 고혈압인 것을 알고 있고, 치료율ㆍ조절률도 60~80%대로 높다. 이처럼 고령층의 고혈압 관리는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특히 70세 이상의 경우 고혈압 인지율은 2007~2009년 77.6%에서 2016~2018년에는 87.6%로 향상됐다. 같은 기간 치료율은 73.5%에서 84.5%로, 조절률은 49.4%에서 60.3%로 좋아졌다.

30~40대 젊은 고혈압 환자가 자신이 고혈압인지 잘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우선 고혈압이 별다른 증상이 없는 데다 고혈압이어도 별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혈압은 방치하면 동맥경화ㆍ뇌졸중 같은 심뇌혈관 질환으로 이어져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고혈압ㆍ심뇌혈관 질환 가족력이 있고, 흡연ㆍ비만ㆍ이상지질혈증 등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 인자가 있다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원인도 제대로 모르고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 고혈압이 위험한 것은 합병증 때문이다. 높은 혈압은 심장에 부담을 주고 이를 견디기 위해 심장 벽이 두꺼워지고 커져 목숨을 앗아가는 심부전으로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높은 혈압으로 혈관이 손상되면 동맥경화가 된다. 국내의 3대 사망 원인인 암ㆍ심장ㆍ뇌혈관 질환 가운데 두 가지가 고혈압 때문에 생길 수 있다.

고혈압을 치료하면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이 줄어드는 효과가 젊은 고혈압 환자에서 더욱 좋다. 김현창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역학 연구 결과, 수축기(최고) 혈압이 20㎜Hg 낮아지면 70대에서는 뇌졸중 사망률이 50%, 관상동맥질환 사망률이 40% 줄어들지만 40대에서는 뇌졸중 사망률이 64%, 관상동맥질환사망률이 51%까지 감소한다”고 했다.

손일석 교수는 “고혈압이라고 해도 고혈압 약을 받드시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상 혈압(120/80㎎Hg 미만)과 고혈압(140/90㎎Hg 이상)의 중간 단계에 있으면 소금 섭취를 줄이고 체중 조절과 금연 등 생활습관을 관리해 혈압을 조절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심장 비대나 심부전ㆍ만성 콩팥병처럼 고혈압에 의한 심한 합병증이 있다면 고혈압 약을 복용해야 한다. 생활요법을 잘하면 혈압을 추가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어 약 복용량을 줄일 수 있다.

고혈압을 치료하자면 먼저 자신이 고혈압(수축기/이완기 혈압 140/90㎜Hg 이상) 인지 알기 위해 평소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가정용 혈압계를 이용해 아침에 일어났을 때와 잠자기 전 등 하루 2회씩 혈압을 측정하는 게 좋다.

손일석 교수는 “실제 고혈압 환자 가운데 진료실과 가정에서 혈압 차이가 클 때가 있어 가정 혈압을 잘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정한 간격으로 측정한 혈압이 꾸준히 135/85㎎Hg를 넘는다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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