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세번째 자가격리인데 빨리 가족들을 보고 싶어요"
서울 용산구 원룸에서 홀로 머물고 있는 전모(40)씨는 설 연휴 계획을 묻자 한숨부터 쉬었다. 전씨는 회사에서 해외영업을 맡고 있어, 지난해 5월과 8월에 이어 지난달 29일 귀국 직후 또다시 자가격리 중이다. 전씨는 "하루빨리 집에서 아내와 딸과 함께 떡국도 먹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설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5인 이상 집합 금지로 가족 모임이 줄어든 가운데, 자가격리자들은 더 큰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격리 탓에 만남이 불가능한데다, 자택 격리의 경우 가족들과도 '함께 살지만 따로' 거주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해외 입국자와 밀접 접촉자를 포함해 전국의 자가격리자는 5만여명에 달한다.
자가격리자들은 설 연휴를 앞두고 "유독 명절이 명절 같지 않다"며 한목소리로 말한다. 서울 노원구 자택에서 격리 중인 김모(56)씨는 "집에 있던 딸은 친척집과 숙박시설을 오가며 지내고 있다"라며 "가족이 모여 식사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의 한모(34)씨도 밀접 접촉자로 지정돼 자택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한씨는 "가족과 함께 외출할 생각이었지만, 친가·처가도 가질 못하니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아이 2명과 함께 격리 중인 박모(37)씨도 "아이들이 하루 종일 집에 있다 보니 층간소음이 생길까 봐 불안하다"며 "가까운 곳에 사는 아버지도 찾아가지 못하는 게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푸념했다.
취업준비생 등은 명절에 혼자 있는 시간을 기회로 삼기도 한다. 이달 15일 격리 해제되는 경기 고양시의 윤모(29)씨는 "격리 기간에 이력서도 쓰고 전공도 복습해 취직 준비를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