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시설 찾은 김종인 "정상적 엄마 별로 많지 않아" 논란

입력
2021.02.09 18:55
미혼모 '비정상' 규정짓는 차별적 발언 논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미혼모 지원시설을 방문한 자리에서 "내가 보기엔 (여기에) 정상적인 엄마는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미혼모를 '비정상'으로 낙인찍는 차별적 시선을 그대로 드러낸 발언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혼한부모가족 복지시설인 '애란원'을 방문해 현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애란원은 한국 최초의 미혼모자 생활시설이다.

강영실 애란원 원장은 "성인과 청소년 미혼모 시설을 나눠서 운영하고, 지적장애가 있는 미혼모들도 자립하도록 돕고 있다"며 "특히 정신장애가 있는 위기 임산부 제도 마련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설명을 들은 김 위원장은 "아이를 태어나게 한 어머니가 또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며 미혼모들의 어려움에 공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 시설에) 엄마는 정상적인 엄마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아이는 제대로 잘 보육해서 정상적으로 잘 자랄 수 있도록 보호를 해야 하는데 (미혼모) 엄마의 경우 (정상적 보육이) 또 힘들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혼모는) 정신적으로 굉장히 취약한 상태에 있어 잘 보육하기가 힘들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 발언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의 시선으로 미혼모를 바라보며 '비정상'으로 규정짓는 차별적 발언에 해당한다.

그러나 김 위원장 측 관계자는 "해당 시설에 수용된 분들 중에 정신지체 등으로 양육이 어려운 엄마들의 얘기를 하던 과정에서 나온 얘기"라며 "미혼모가 비정상이라고 얘기를 하려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시설 측에 "미혼모는 부득이하게 임신된 사람의 경우가 태반이냐", "미혼모라 해도 임신하게 한 상대방을 찾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등을 물었다. 이에 대해 강영실 애란원 원장은 "미혼모는 혼전에 임신한 분들이지만, 연령차도 다양하고, 상황도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종인 위원장 관련 발언 일부 발췌
▲강영실 애란원 원장=(정신장애 위기임산부 제도마련 등도) 나오면 저희가 보내드리면 좀 많이 신경써주면 감사하겠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그 애를 태어나게 한 어머니가 또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어요 시설에서 관리하시는 분들이. ▲강영실 원장=워낙 힘들기 때문에, 저희가 정신 장애나 지적장애나. 이분들이 기본형 시설에서 쭈글쳐진다고 할까요. 미운 엄마들은 공동생활로 가는데 공동생활가정은 이혼 사별 가정폭력에선 못봐요. 사실 이혼·사별한 분들중에서 10대가 있을 수도 있어요. 이게 법이 바뀌어야 할것 같아요. ▲김종인 위원장=시설관리하려면 힘들겠어. 엄마도 관리해야하지만 애도 관리해야하니까. 엄마는 내가 보기엔 정상적인 엄마는 별로 많진 않은거같고. 애는 태어나니까 제대로 잘 보육을 해서 정상적으로 잘 자랄 수 있도록 보호를 해야 하는데 엄마의 경우에도 그게 또 힘들 것 같고. 정신적으로 굉장히 취약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엄마도 잘 보육하기도 힘들지 않겠어요. ▲강영실 원장=또 건강하게 애 잘 낳아서 키우는 엄마들이 더 많죠.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기본적으로 돌봄 필요한 분들이 애도 돌봐야 하니까 이중돌봄 감당해야죠. ▲강영실 원장=그러니까 엄마는 청소년처럼 돌보고 애는 애대로 돌보고.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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