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가짜 뉴스'를 내보내는 언론사에 피해액의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법안의 이달 중 국회 처리를 공언했다. 당초 민주당은 유튜버, 블로거 등만을 규제 대상으로 고려했으나, 친문재인 열성 지지층이 강하게 요구하자 하루만에 방침을 바꿔 신문, 방송, 통신 등 기성 언론을 대상에 넣었다. 민주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하는 '가짜 뉴스'를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표현의 자유 침해와 권력 비판 보도 위축과 같은 부작용 우려도 상당하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9일 미디어ㆍ언론 상생 태스크포스(미디어TF) 회의를 마친 뒤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언론과 포털이 다 포함된다는 대원칙 하에서 입법을 진행하기로 했다”면서 “2월 임시국회 중점 처리법안에 이런 원칙을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웅래 미디어TF 단장은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이 뉴스를 유통하는 독점 사업자인데, 책임을 묻는 장치가 없었다”며 “포털에 책임을 묻는 입법도 함께 하겠다”고 했다.
당초 '가짜 뉴스'를 잡기 위해 발의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윤영찬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은 유튜버 등에 국한됐다. 기성 언론은 이미 언론중재법 등 다른 여러 법으로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 심의를 담당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조승래 민주당 간사는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개정안은 정보통신망 이용자가 대상으로, 언론사를 제외한 유튜버, 블로거 등이 해당된다”고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강성 친문 지지층을 중심으로 “언론도 규제하라”는 목소리가 커지자, 미디어TF가 입장을 바꿨다. MBC 기자 출신인 노웅래 단장은 9일 “언론은 성역이 아니다”고 했다.
법안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손해배상액을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로 늘리고 △'가짜뉴스'에 고의나 중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을 언론사 등 피고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법안에 따르면, 앞으로 소송에 걸리는 언론사나 포털은 '고의적 가짜 뉴스'가 아니라는 입증에 실패하면 손해액의 최대 3배를 물어내야 한다. 민사 소송에서 입증 책임은 원칙적으로 원고에 있지만, '가짜 뉴스' 소송에선 예외를 둬 언론사 등을 압박하겠다는 발상이다. 국회 과방위 수석전문위원도 최근 이 법안에 대해 "민법상 손해배상 제도나 형법상 형사처벌 제도와 중첩돼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언론 보도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법안인데도 민주당은 '속도'에 방점을 찍었다. 2월 처리를 위해선 약 20일 안에 법안 심사를 마쳐야 하는 만큼, 졸속 입법 우려가 있다. 더구나 법안을 다룰 국회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이달 20일 이후에나 열릴 예정이어서 실제 심사 기간은 열흘도 되지 않는다.
9일 오후까지 이런 민주당 방침은 국회 과방위에 공유되지 않았다. 과방위 조승래 민주당 간사는 미디어TF 발표 이후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언론사는 대상에서 제외되는 걸로 알고 있고 (미디어TF에서) 아직 내용을 전달 받지 못했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반발해 법안 처리 과정에서 진통도 예상된다.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미국이나 서유럽에서는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로 도입되지 않았고, 동유럽·남미 독재 국가들만 이런 방법으로 언론을 장악해 왔다”면서 “소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국일보에 말했다.
민주당이 지난해 쟁점 법안을 처리할 때처럼 법안소위를 건너뛰고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기습 의결하는 방식을 동원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