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어리석을 치(癡), 어리석을 매(呆). 고령화 사회에 가장 치명적인 질병 중 하나다. 아직 치료법이 없다. 조기 발견을 통한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게 최선이다.
대구경북과학연구원(DGIST, 디지스트) 뇌ㆍ인지과학전공 문제일 교수 연구팀이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 조기 발견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단서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치매 모델 생쥐를 통해 알츠하이머 초기 후각상실이 특정 냄새에 대한 부분적인 후각상실임을 규명했다. 또한 그 원인이 대뇌를 포함한 중추신경계가 아닌 후각신경계에서 유래됐단 사실도 함께 밝혀냈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60세 이상 인구 중 치매환자는 약 82만 명이다. 그 중 70%는 알츠하이머성이다. 이들 환자 대부분은 경도인지장애를 포함한 알츠하이머 치매 초기 단계부터 후각 기능 저하를 경험한다. 이처럼 발병 초기부터 부분 후각상실을 겪지만 아직은 그 원인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초기에 냄새 감지 기능 저하의 원인이 특정 냄새를 감지ㆍ처리하는 후각신경계와 후각신경세포의 부분 사멸임을 밝혔다. 이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후각 기능 이상이 대뇌 영역 손실에 따른 부수적 병증의 하나로 여겨졌던 기존 개념과 다르다. 특히 알츠하이머 치매로 인한 후각 구조 및 기능 이상이 후각 조직 내부의 병변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규명하고 이를 실제 동물 행동으로 검증했다.
이는 향후 부분 후각상실을 활용한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혹은 위험군의 조기선별 후각테스트나 진단법 개발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일 교수는 “이번 동물을 이용한 연구는 향후 퇴행성 뇌질환 진행 초기에 후각신경계와 중추신경계간의 연관성 규명에 기여할 것”이라며 “향후 실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후각신경계에서도 같은 결과를 확인한다면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군 조기선별 기술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 교육부 대학중점연구소지원사업을 통해 수행됐다. 디지스트 뇌ㆍ인지과학전공 손고운 석박통합과정생, 유승준 박사(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 스테인부시 교수, 가천대 장근아 교수가 함께 참여했다. 연구결과는 임상신경학 분야 상위 10% 학술지인 ‘알츠하이머 리서치 앤 테라피(Alzheimer’s Research & Therapy)’ 1월4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