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 그만큼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 대기오염도 심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프리카 대륙만큼은 예외인 것 같다. 최근 아프리카 대기질에 관한 연구 결과가 공개됐는데, 급속한 경제성장에도 공기가 깨끗해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유는 뭘까.
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보면, 미 국립과학아카데미는 이날 최근 경제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북부 지역에서 연소 부산물인 ‘질소산화물’ 수치가 급격히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조너선 힉먼 미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연구소 연구원은 “저개발국가들이 성장할수록 더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게 일반적이라 이번 연구는 아주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만 친(親)환경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공장을 짓기 때문일까. 물론 아니다. 비밀은 아프리카의 오랜 경작 방식에 있다. 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 서부 세네갈과 코트디부아르에서 동부 남수단, 우간다, 케냐에 이르기까지 산업시설 및 교통수단이 배출한 오염물질은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반면 산업화로 농업 인구가 줄면서 산림과 초목을 태워 경작지를 개간하는 일 역시 급감했다. 덕분에 화재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감소했다는 건데, 바꿔 말하면 그간 아프리카의 ‘화전(火田)’ 규모가 엄청났다는 뜻이다.
실제 아프리카에선 21세기 들어서도 화전을 일구는 나라들이 적지 않았다. 저렴한데다, 불에 탄 초목은 토양에 무기질 영양소를 공급하는 역할도 했다. 특히 북아프리카는 토지 개간에 필요한 ‘바이오매스 연소’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으로 전 세계 화전의 70%를 차지한다. 토지 개간이 꾸준히 줄면서 지구온난화에 치명타인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발생도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영구적일 수는 없다. 현재 아프리카의 산업화 속도는 어느 대륙보다 빠르다. 에너지원의 80%를 화석연료가 차지하고 있고, 중고차 수입량도 폭증했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사망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ㆍ에이즈)을 제쳤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여기에 현재 12억명인 인구는 2040년쯤 20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 오염물질이 차곡차곡 쌓여 화전 감소에 따른 온실가스 감소를 상쇄할 시점이 곧 다가온다는 얘기다. NYT는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발전 지표 개선과 대기 오염물질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향은 특정 시점까지만 통했다”며 “화석연료 사용은 언제든 이런 패턴을 역전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