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쓰레기 급증하는 설 연휴…분리배출 잘 하는 세 가지 방법

입력
2021.02.12 14:00

풍족한 명절에 늘어나는 것이 또 있습니다. 생활폐기물입니다. 명절마다 선물 포장재와 각종 일회용품 탓에 재활용 선별 업체가 마비될 정도로 폐기물이 급증한다고 하죠. 정부도 8일부터 열흘간 ‘설 연휴 생활폐기물 특별관리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플라스틱을 두른 선물세트와 같은 폐기물이 급증할 때, 폐기물 순환에 보탬이 될 방법이 없을까요? 한국일보 기후대응팀이 ‘분리 배출 유의사항’ 3가지를 소개합니다.

① 과일 포장 스티로폼, 한우 감싼 랩을 재활용 봉투에? 안됩니다!

분리배출을 하려면 일단 분리배출 표시를 확인해야 합니다. 표시가 있는 것만 분리배출하고 나머지는 일반쓰레기 등으로 버려야 하는데요. 당연해 보이는 말이지만 제품별로 따져 들어가면 의외의 것이 많습니다.

칫솔ㆍ장난감류ㆍ업소용 비닐랩ㆍ아이스팩ㆍ과일을 감싸는 망이나 스티로폼 등엔 분리배출 표시가 없습니다. 크기가 너무 작거나, 플라스틱 재질 상 재활용이 불가능해 애초에 분리배출 표시가 달리지 않는다고 해요. 실제 칫솔을 구매해 포장지를 확인해보시면 분리배출표시를 찾으실 수 없으실 겁니다. 전부 일반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버리셔야 합니다.

이런 제품들이 재활용품 수거함에 섞이면 시간과 비용이 늘어난다고 해요. 폐기물은 재활용이 되기 전 수거업체를 통해 ‘선별장’으로 이동한 뒤 ‘선별’되는데요. 선별이란 분리 배출된 폐기물 중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것들만 골라내는 작업을 말합니다.

보통 선별장마다 10여명의 직원들이 손으로 직접 플라스틱ㆍ고철ㆍ종이 등을 골라냅니다. 컨베이어 벨트에 폐기물을 쏟아놓고 재활용이 가능한 것들만 재빨리 골라 집는 거죠. 이렇게 선별한 폐기물은 재활용품을 만드는 ‘재생업체’에 1kg 당 600~900원 꼴(플라스틱 기준)로 판매됩니다.

그런데 재활용이 안 되는 폐기물이 많이 섞여 있으면 걸러내야 할 폐기물이 많아지고 시간도 더 오래 걸리겠죠. 게다가 선별되지 않은 폐기물들은 말 그대로 쓰레기가 되는데, 선별업체가 별도로 처리비용을 내고 매립ㆍ소각업체에 넘겨야 한다고 합니다. 소비자들이 ‘잘 버려줘야’하는 이유입니다. 칫솔세트, 과일 선물의 스티로폼, 한우를 감싼 랩. 망설임 없이 종량제봉투로 버려주세요.

② 튜브는 깨끗이 씻어서… “크기는 최소 15cm 이상으로”

분리배출 표시가 있다고 해서 전부 재활용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너무 더럽거나 작으면 선별이 안 되는데요. 오염물질이 묻어 있을 경우 재활용품의 품질을 떨어뜨리거나, 작업장을 더럽히고 가스화(락스ㆍ주방세제 등)되어 선별 작업자들을 위험하게 만들기도 한답니다. 또 크기가 너무 작으면 수많은 폐기물에 파묻혀 집을 수가 없다고 해요.

분리배출 표시가 있어도 버려지는 것 중 대표적인 게 ‘튜브형 용기’입니다. 명절 선물로 많이 주는 화장품ㆍ치약 등에 쓰이죠. 좁은 입구로 내용물을 짜내서 쓰는 모양 탓에 용기 내부를 깨끗하게 씻어내기가 어렵습니다. 안쪽까지 씻어 내려면 용기를 잘라야 하는데 그러면 크기가 작아집니다. 분리배출하기 참 곤란하죠.

그나마 팁이 있다면, 용기를 잘라 세척하고 위 아래를 끼워 넣어 한꺼번에 버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경기 포천시 자원순환센터의 김순례 선별실장의 조언인데요. 김 실장은 “15cm 이하의 튜브용기는 너무 작아서 선별되지 않는다. 튜브를 잘라서 끼우지 않고 버릴 경우에는, 가운데를 자르기보다 맨 윗부분만 살짝 잘라낸 뒤 세척해 버려야 한다”고 권합니다.

크기와 세척에 관한 법칙은 다른 모양의 용기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펌프형 화장품, 샴푸ㆍ식용유통, 곶감ㆍ고기가 담긴 플라스틱 용기 등. 한번 씻은 뒤 말려서 버리면 재활용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고 합니다. 어떤 통들은 마개와 본체를 분리하기 어렵게 만들어져서 내부를 세척하기가 참 힘든데요. 선물 받으신 제품이 여기에 해당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③재질은 같은 것끼리… Other도 분리배출로

이제 마지막 관문, ‘플라스틱 재질’입니다. 분리배출 하기 참 어렵죠. 뭐가 이렇게 복잡한지 저도 의문입니다. 애초에 용기를 만들 때 더 쉽게 설계해주면 좋을텐데요.

플라스틱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PEㆍPPㆍPS 등입니다. 한번 사용한 플라스틱을 녹여서 다시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것을 '물질 재활용'이라고 하는데요. 재질마다 화학성분이 달라 섞이면 재활용이 잘 안 된다고 합니다. 녹는점이 달라 기계가 고장나기도 하고, 원하는 재질의 플라스틱으로 만들기 어려워질 수도 있죠. 그래서 선별장에는 특정 재질만 골라는 선별 직원을 따로 둡니다. A씨는 PP만, B씨는 PE만 골라내는 식입니다.

문제는 한 제품에 여러 재질이 쓰인 제품입니다. 뚜껑은 PP인데 몸체는 PE이거나, 라벨이 PE인데 몸통은 PET인 경우죠. 요구르트는 뚜껑은 알루미늄, 몸체는 PS입니다. 이런 제품을 뭉텅이로 버리면 서로 다른 재질이 섞이겠죠. 요즘은 재생 기술이 좋아져서 약간 섞이는 정도는 처리가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추가 비용도 들고 재활용품 품질 우려도 있어 가급적 떼어내어 배출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PP, PE, 물병 PET은 재활용이 잘되는 편이지만 PS나 용기에 쓰이는 PET는 재활용이 잘 안된다고 하니 재활용을 감안하고 물건을 고를 때 유념하세요.

아예 물질 재활용이 안 되는 재질도 있습니다. 아더(기타·OTHER) 재질인데요. PE·PP 등 5가지 재질에 속하지 않는 플라스틱 전부를 표기하는 데 쓰입니다. 여러 재질의 플라스틱을 섞어 만든 복합재질이나, ABS·PC 등 5개 재질에 속하지 않은 플라스틱 등이 해당됩니다. 아더 안에 이미 여러 재질이 섞여 있으니 '재질별로 모아야 가능한' 물질재활용이 안 되겠죠. 보통 아예 선별하지 않거나, 한데 뭉쳐서 연료로 태우는 고형연료(SRF)로만 재활용이 됩니다. 화장품 용기 중 아더를 사용한 제품이 많죠.

이밖에 △투명 패트병은 압축한 뒤 뚜껑을 닫고 라벨은 떼어내어 별도 배출 △가급적 투명한 단일재질 제품 사용 △색이 있거나 음식물이 지워지지 않는 스티로폼은 재활용 불가 등 ‘심화 학습’이 많습니다. 참 복잡하죠.


재활용 잘 안된다니 한숨 나지만, 분리배출 수고 멈추지 마세요

그린피스에 따르면, 우리가 분리배출한 플라스틱이 플라스틱으로 재활용되는 물질재활용은 약 22.7%뿐이라고 합니다. 유럽연합(EU)은 약 40%입니다. 쓰레기 하나 버리겠다고 힘들여 자르고, 닦고, 떼어내더라도 수고의 77.3%가 사라져버리는 이상한 상황. 굳이 분리배출을 해야 하는 걸까요?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분리배출 하자고 말합니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이렇게 태우나 저렇게 태우나 다 태우는 거 아니냐’는 생각으로 분리배출을 중단한다면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를 만든 생산자에 상을 주는 꼴”이라며 “당장은 어려워도 분리배출을 반복해서 재활용 수준을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2018년 제품별로 재활용 용이성을 포장지에 기재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환경부도 기준을 담은 고시를 마련한 등 후속조치에 나서며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품목별로 ‘라벨이 잘 떨어진다’ ‘투명ㆍ단일재질 용기를 사용한다’ 등의 기준을 만들어 재활용이 얼마나 잘 될 것인지 평가하고, 그 결과를 ‘어려움’ ‘보통’ ‘쉬움’ 등으로 제품에 표기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지요.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 법안일지 걱정되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환경부가 가장 재활용이 안 되는 품목인 화장품을 제외하면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쓰레기산과 기후위기, 해양 플라스틱 문제로 자연이 온통 신음하는데도 변화는 한없이 더뎌 보이는 지금, 휘황찬란한 코팅 박스와 널찍한 플라스틱 트레이로 마음을 전하는 관습은 이제 없애도 되지 않을까요? 긴 기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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