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코로나는 9시 퇴근하냐" 비수도권 방역 완화에 수도권 상인들 울분

입력
2021.02.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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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다중이용시설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 유지
수도권 소상공인들, 차별 없이 1시간 늘려달라 호소
고통 상인들 "셧다운해 코로나 빨리 잡는 게 낫다"

"노재팬(No Japan) 때 풍파 맞고, 코로나 연달아 맞았는데... 9시 영업제한은 도대체 언제 풀어줍니까."

8일 오후 9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일본식 주점 부점장 양모(37)씨는 손님들이 떠난 자리를 정리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평일에도 50팀씩 수용하던 가게가 고작 10팀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노재팬 운동'으로 매출이 급감했을 때보다 상황은 더 좋지 않다는 게 양씨의 푸념이다. 양씨는 "9시 영업제한 이후로 매출액이 8분의 1로 쪼그라들어 월 2,000만원 임대료조차 내기가 어렵다"며 "비수도권은 1시간씩 더 영업한다는데 부러울 뿐"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비수도권 지역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을 오후 10시로 완화한 첫날, 수도권 소상공인들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수도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집중돼 철저한 방역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손님들이 조금 더 머무르면 매출이 늘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코로나19 확산이 멈추지 않았는데 지역별 편차를 두기보다는,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해 확산세부터 잡은 뒤 영업시간 제한을 풀어줘야 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숭실대 앞에서 17년째 닭갈비 집을 운영 중인 채모(74)씨도 영업시간 제한이 생긴 이후 매출이 뚝 떨어졌다. 코로나19로 대학생 발길이 끊겨 힘들었는데, 상황이 더 악화됐다는 것이다. 채씨는 "월세·전기세·부가세 등을 내고 나면 적자가 심해서 가게를 접을 생각까지 하고 있다"며 "10시까지만이라도 영업할 수 있다면 편하게 식사하는 손님들이 많아져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반발이 커지자 당국은 이날 '설 연휴 이후 수도권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지 고려하겠다'고도 밝혔지만, 주점이나 PC방 업주들은 심드렁하다. 업종 특성상 퇴근 후 늦은 오후 시간대인 오후 9~10시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많아서다. 서울 관악구에서 10년째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50)씨는 "밤 시간대에 손님이 가장 많아서, 9시 이후 영업금지는 사실상 영업을 아예 정지당하는 것과 같다"면서 "오후 10시로 영업제한 시간을 늘린다고 해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소상공인들은 지금이라도 모든 다중이용시설 매장 영업을 중단해 코로나19 확산세를 잠재운 뒤, 자유로운 영업을 가능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 종로구에서 20년째 곱창집을 운영하는 윤창용(46)씨는 일 150만원 이상 나오던 매출이 20여만원으로 뚝 떨어진 게 벌써 수개월째라고 푸념한다. 임대료를 충당하기 위해 받은 대출금 5,000만원도 바닥을 드러내간다. 윤씨는 "현 정책은 우는 아기에 젖 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며 "잠시라도 영업을 중단해 코로나를 틀어막는 게 덜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구에서 대형 치킨집을 운영하는 구모(50)씨도 "2억원 보증금을 다 까먹어갈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뜨뜻미지근한 정책으로 상인들이 아사 직전에 몰린 만큼, 지금이라도 셧다운해 코로나부터 잡고 자유로운 영업을 하게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오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