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야권 분열로 더불어민주당ㆍ국민의힘ㆍ국민의당 ‘3자 구도’가 되고 민주당 후보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출마하면, 박 전 장관이 승리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7일 조사됐다. 야권 후보 단일화로 여야 양자 대결이 펼쳐지면 야권 후보들과 박 전 장관이 혼전을 벌일 전망이다. 우상호 의원이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될 경우 야권 우위의 선거 판세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ㆍ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4~6일 실시)에 따르면, 박 전 장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출마하는 3자 대결 시 박 전 장관(35.7%)이 1위가 되고, 안 대표(27.0%)와 나 전 의원(22.8%)이 승리를 놓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후보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출마해도 박 전 장관(37.0%)이 안 대표(29.6%)와 오 전 시장(19.0%)을 근소하게 누른다.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3.5%포인트다.
야권 단일화에 따른 여야 양자 대결에선 다른 결과가 나왔다. 박 전 장관에 맞서 야권 단일 후보로 안 대표가 나서는 가상 대결에서는 안 대표가 46.0%, 박 전 장관이 39.2%를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차범위 안의 격차(6.8%포인트)이긴 하지만, 무시할 순 없는 수치다. 야권 단일 후보가 나 전 의원일 경우엔 나 전 의원(41.3%)과 박 전 장관(41.1%)이 그야말로 혼전을 벌이게 된다. 오 전 시장이 양자 대결에 나서도 오 전 시장(41.8%)과 박 전 장관(40.8%)이 팽팽하게 맞붙는다. 보수 진영 입장에서 후보 단일화가 선거 승리의 최대 관건이라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우상호 의원이 민주당 본선에 진출하는 경우엔 야권으로 무게추가 다소 기운다. ‘우상호 ·안철수’ 가상 대결에선 안 대표(50.4%)가 우 의원(31.2%)을 19.2%포인트 차로 따돌리며 앞섰다. 경쟁 상대를 바꿔도 우 의원은 나 전 의원에게 11.4%포인트 밀리고, 오 전 시장에겐 13.5%포인트 차이의 열세를 보였다.
3자 대결이 되면 판세는 혼전이다. ‘우상호ㆍ오세훈ㆍ안철수’ 구도에선 안 대표(34.5%)와 우 의원(27.7%)의 차이가 6.8%로, 차이가 오차범위를 넘어서진 않는다. 이 경우 오 전 시장은 21.8%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상호·나경원·안철수’ 3자 대결에선 안 대표(31.6%)와 우 의원(26.7%), 나 전 의원(24.7%)이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7일 “3자 구도든, 양자 대결이든 민주당이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선거 승패를 좌우할 중도ㆍ무당층이 집값 상승, 전세 대란 등 부동산 논란을 거치며 등 돌린 탓이 크다. 이번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52.5%로, 긍정 평가(43.7%)를 앞질렀다. 특히 중도ㆍ무당층의 과반이 문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또 이번 선거의 의미를 놓고 '정부·여당을 심판하기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는 정권 심판론(48.3%)이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는 국정 안정론(42.9%)이 팽팽한 것도 여권엔 호재가 아니다. 정 전문위원은 "판사 탄핵이 정권 심판론에 다시 불을 붙여 민주당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탄핵에 중도ㆍ무당층이 어떻게 반응할지 관건”이라고 했다.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안 대표의 중도·보수 확장력이다. 여야와 무소속 주자들 중 ‘서울시장으로 누가 가장 적합한가’라고 물은 결과, 무당층에선 안 대표의 지지율이 21.2%로 1위였다. 중도층 사이에서도 안 대표(19.3%)와 박 전 장관(19.8%)의 지지율이 비슷했다. 또 ‘박영선ㆍ나경원ㆍ안철수’ 3자 가상대결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의 57.4%가 나 전 의원을 택하지만, 35.8%는 안 대표 쪽으로 이탈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영선ㆍ오세훈ㆍ안철수’ 구도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층은 안 대표(46.5%)와 오 전 시장(42.2%)으로 양분됐다. 국민의힘 지지층마저 안 대표의 본선 경쟁력을 상당 부분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