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대 키우듯 프로파일러 양성해야 치안서비스 높아져"

입력
2021.02.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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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편집자주

범죄 드라마나 영화에서 '초능력자'처럼 등장해 범죄자의 감정선을 무너뜨리는 프로파일러. 그러나 실제 프로파일러는 끊임없이 범죄자 심리나 행동패턴을 분석해 범행의 이유를 찾는 나침반 역할을 합니다. 한국일보는 격주 월요일마다 범죄 현장 뒤에서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이는 프로파일러의 세계를 조명합니다.

"점점 범죄는 진화해 갑니다. 온라인에서 피해자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가는 진화한 연쇄살인범이 나타난 것처럼요. 변화하는 범죄에 대응할 수 있게끔 전문화된 프로파일러 양성이 필요합니다."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겸임교수는 한국 1호 프로파일러다. 그는 경찰 제복을 벗은 2017년 4월까지 27년 8개월 동안 무려 18년간 프로파일링을 자신의 천직이라 생각하고 일해왔다. 누구보다 이곳 생리를 잘 알던 그가 조직 밖 생활 4년차에 접어든 지금, 더욱 전문적인 프로파일러 양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일보와 만난 권 교수는 2006년경부터 들어온 1·2기 프로파일러들이 성장해 충분히 전문성을 갖춘 만큼, 이제는 특정 분야에 특화된 프로파일러를 길러내야 할 때고 피력했다. 범죄가 점차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온라인 범죄에 주목했다. 그는 "연쇄살인범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이 온라인 에서 활약한다고 보면 된다"며 "이들은 남의 집을 침입하고, 노상에서 사람을 해하는 대신 모니터 뒤에 숨어 피해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끔 종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진화한 연쇄살인이라고 생각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환경이나 피의자 프로필 등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기 위해선 프로파일러들이 지속적으로 범죄를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권 교수 생각이다. 현재 프로파일러들은 지역에 뿔뿔이 흩어져있다가, 대형 강력사건이 터질 때에야 토론할 기회가 생긴다. 권 교수는 "프로파일러들은 실전에 투입되면 고참과 신참이 얼굴을 붉히며 난상토론을 하기 때문에 자신의 논리를 점검하고 또 점검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면서 "그렇지만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권 교수는 당장 전쟁이 나지 않아도 침입시 강력한 반격을 하기 위해 특수부대를 키우는 것처럼, 프로파일러들이 꾸준히 모여 범죄를 연구할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전문성 있는 프로파일러들을 길러내면 결국 치안서비스의 질이 높아지는 만큼, 지속가능한 연구·지휘 시스템이 자리잡아 안전한 대한민국이 만들어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오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