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친구들과 밥도 못 먹고…" 2년째 맥빠진 코로나 졸업식

입력
2021.02.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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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교내진입 금지·행사 30분만에 끝
5인 이상 모임 금지에 뒷풀이도 어려워
"허전하고 아쉽고 안타깝고 슬퍼" 탄식
졸업식 특수 사라진 화훼업계는 한숨만

"가족들도 못 오고 친구들하고 뒷풀이도 못했어요. 이게 정말 졸업식인가 싶더라고요."

울산에 거주하는 이기선(19)양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사실을 좀처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일 '하나마나한 졸업식'을 치른 탓이다. 강화된 방역조치 탓에 부모님은 참석도 못했고, 학교 전통인 후배들의 졸업 축하 공연도 사라졌다. 이양은 "수능 끝나고 두 달 만에 친구들을 처음 만났지만, 제대로 대화도 못하고 운동장에서 사진 찍고 온 게 전부"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코로나 2년차, 방역 강화된 졸업식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 지 기약할 수 없게 되면서 학창 시절을 마무리하는 졸업식 풍경은 올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부분 학교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졸업식을 진행하면서, 가족 축하를 받으며 친구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두 번째 졸업식 시즌이 찾아왔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학교 안팎은 썰렁했다. 코로나 4차 대유행 우려로 한층 강화된 방역 조치는 2월의 소중한 추억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지난해처럼 급하게 졸업식을 취소하거나 학부모 참석을 무턱대고 막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달 말 광주광역시에서 졸업식을 치른 김모(19)군도 학교에서 '형식적으로' 모였다가 30분 만에 헤어졌다. 김군은 "졸업식에 참석할 수 없었던 부모님과 함께 식사하고 싶었지만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때문에 이마저도 못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울 중산고 문진욱 교감은 "코로나 이전엔 강당에서 가운을 입고 졸업식을 진행했는데, 올해부턴 방역 조치 때문에 교복만 입기로 했다. 지난해까진 운동장에 학부모 출입은 가능했지만, 올해는 교내 진입을 전면 금지했다"고 전했다.

학생들을 떠나 보내는 교사들의 마음도 편치 않다. 지난달 비대면 졸업식을 진행한 서울사대부중 교사 김기현(31)씨는 "작년 10월 확진자가 급증한 이후로 아이들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졸업식이 마지막으로 얼굴 볼 기회였는데 결국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대학들 사정도 다르지 않다.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캠퍼스에 포토존을 설치하거나, 온라인 예약자에 한해 학위복을 대여해 졸업식 분위기를 풍기는 게 전부다. 학위수여식이 취소된 한국외대 졸업예정자 김모(25)씨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니까 운동장이나 강당 졸업식을 취소하는 게 맞다고 보지만, 허전하고 아쉽고 안타깝고 슬프다"고 말했다.

연거푸 대목 사라진 화훼업계 '울상'

2년째 졸업식이 사라지면서 화훼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화여대 부근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박세화(56)씨는 "지금이 꽃이 가장 잘 팔릴 때인데 예년 매출의 20%도 안 된다. 꽃을 한 송이도 못 팔 때도 많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화훼업계 어려움이 커지자,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는 화훼 농가에서 꽃을 사 대면 졸업식을 치르는 학교를 찾아 졸업생들에게 무료로 꽃다발을 나눠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김윤식 회장은 "비대면 졸업식이 확대되면서 농가에 타격이 커서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며 "학교 차원에서 꽃을 구매해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싶다고 문의하는 학교들이 늘고 있어, 화훼 농가에 조금이나마 희망이 생기길 바란다"고 했다.

오지혜 기자
이유지 기자
김진웅 기자
박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