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국립 의과대학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수용을 주장해 온 병원장이 해임돼 파문이 일고 있다. 환자 수용을 거부한 대학 학장(우리나라의 총장) 측이 '괘씸죄'를 적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코로나19 대응에 전념해야 할 대학병원에서 내부 진흙탕 싸움이 번지면서 주민과 환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논란의 무대는 아사히카와의과대학 병원이다. 아사히카와는 지난해 11월 시내 요시다병원에서 200여명의 환자와 의료진 집단감염이 발생해 의료체제 붕괴 위기에 처했다. 시 당국은 당시 주요 병원들과 협의해 요시다병원의 환자들을 다른 병원에 나눠 수용하기로 했는데, 이 중 아사히카와의대 병원이 포함됐다.
후루카와 히로유키(古川博之) 병원장은 지난해 11월 8일 요시다 아키토시(吉田晃敏) 학장에게 시 측과의 협의 사항을 보고했지만 "병원 직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 당했다. 이어 13일 학장과 담판에 나섰지만 "환자를 입원시킨다면 병원장을 그만둬야 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요시다 학장은 그로부터 나흘 후인 17일 병원 간부들과의 회의에서 "코로나를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는 저 병원(요시다병원)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밖에 없다"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 주간지가 지난해 말 학장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면서다. 집단 감염이 발생한 병원을 차별하고 지역 의료체제 확보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학교 측에 비판이 쇄도했다.
한달여가 지난 올해 1월 25일 후루카와 병원장 해임은 논란을 증폭시켰다. 학교 측은 학장의 발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없어져야 한다"고 지목한 대상은 요시다병원이 아니라 코로나19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병원장이 내부 협의 내용 등을 맥락과 다르게 언론에 전달해 오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학장에게 불리한 발언을 언론에 흘린 당사자로 병원장을 지목한 것이었다. 요시다 학장은 병원장의 환자 수용 요청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선 당시 병원 상황을 감안하면 옳은 판단이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후루카와 병원장은 정보 유출 의혹을 부인하고 학교 측에 해임 결정을 내린 정당한 근거를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오히려 인사권을 쥔 학장이 자신에게 사임을 요구한 것은 '파워하라(직장 상사의 괴롭힘)'에 해당한다며 해임 철회를 요구했다.
갈등이 지속되자 문부과학성이 냉정한 대응을 주문하며 사실 관계 확인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의 사실 확인 도중에 병원장의 전격 해임 발표가 나오자 지역 의료체계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할 대학병원이 오히려 지역공동체의 불안을 키운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에 온라인상에서 병원장의 해임 철회 및 학장 해임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