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거짓말 사태' 도화선은 임성근 사표 거부... 법원 내부 평가는 엇갈려

입력
2021.02.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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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악화 구성원 보호 위해 수리했어야"
"사표 받는 건 직무유기·면죄부 제공" 반론도
 갑론을박 이어져... "사법농단에 대한 시각차"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 해명’ 파문은 그가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한 데에서 비롯됐다. 임 부장판사가 사의를 밝히면서 이유로 제시한 건 ‘건강 악화’였다. 때문에 법원 내에선 “사법부 수장이 구성원 보호 책임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상당한데, “사표를 수리함으로써 ‘재판 개입’ 행위를 한 법관에 대한 단죄 논의를 원천봉쇄했다면 더 큰 문제”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번 논란의 이면에는 결국 ‘사법농단’ 사태를 바라보는 법관들의 시각차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5월 22일 김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와 면담을 하면서 ‘탄핵’이라는 단어를 굳이 언급하게 된 건 ‘사표 수리 여부’ 때문이었다. 김 대법원장은 “오늘 그냥 (사표) 수리하면 (국회가)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라고 했다. 녹취록 공개 후 김 대법원장의 사과 표명 발언도 “정기인사 시점이 아닌 중도 사직은 원칙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판단하에 했던 말”이라는 것이었다. 당시 대화의 핵심 주제는 임 부장판사의 사표였다는 얘기다.

일단 김 대법원장이 당시 ‘정치권의 탄핵 움직임’을 들어 사표를 반려한 건 대단히 부적절했다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주목할 대목은 ‘그렇다면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하는 게 온당했는가’를 두고 법원 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표를 수리했어야 했다’고 보는 쪽에선 김 대법원장이 조직원 보호보다 외부 눈치를 더 많이 신경 썼다는 걸 문제 삼고 있다. 당시는 임 부장판사 징계 절차는 끝난 상황이었다. 윤종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망(코트넷)을 통해 “법관직에 들어오고 나가는 건 헌법에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김 대법원장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얘기다.

아울러 김 대법원장이 ‘사표 제출 시기’를 구실로 삼은 것도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은 통상 ‘2월 정기인사’를 앞둔 연말연초에 사표를 받는데, 임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14일 사직 의사를 재차 밝혔는데도 또다시 거절당했다고 주장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장 해명대로라면 작년 5월은 이해한다고 해도, 연말에는 왜 (사표를) 안 받았냐”고 꼬집었다. 임 부장판사처럼 ‘건강상 이유’로 중도 사직한 전례가 없지도 않았다고 한다. 실제 법원조직법에도 ‘심신상의 장해로 인한 퇴직’ 조항이 있다.

그러나 만약 김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쉽게 받아줬다면 이야말로 ‘직무유기’라는 의견도 상당하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사법농단 연루자들에 대한 법원의 온정주의가 더 큰 문제”라며 “임 부장판사 사표를 받아줬다면 법원 내부에서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거세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임 부장판사를 두고 ‘법복을 벗기 전, 재판 개입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많다. 지방법원의 한 평판사는 “공직자에게 문제가 있다면 형사처벌 여부와는 별개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조국 사태’의 교훈 아니었느냐”며 “국회에서 먼저 책임을 묻기 전에 사직서를 받았어야 한다는 논리는 적절치 않다”고 했다. 정욱도 대구지법 부장판사도 4일 “탄핵이 논의되는 중에 사직 수리로 탄핵 가능성을 봉쇄하는 건 오히려 직무상 의무나 정치적 중립에 위배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관의 의원면직 제한에 관한 예규’ 2조 1항은 ‘징계가 청구되거나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는’ 판사의 사표 수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최나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