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김명수 대법원장 녹취록' 파문을 대여 공세의 지렛대로 삼으며 김 대법원장 자진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김 대법원장이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사법 개혁의 상징적 인물인 만큼 이번 파문이 4ㆍ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표심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 대법원장을 향해 “스스로 거취를 결단하지 않을 경우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강력히 경고 한다”고 밝혔다. 전날 “한심하다”는 말로 녹취록 파문에 대한 입장을 피력한 김 위원장은 이날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통해 “법관 탄핵의 부역자”, “거짓 사기극”, “법복만 걸친 정치꾼” 등이라는 표현으로 김 대법원장을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김 대법원장을 임명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무(無)법무 장관’에 이어 ‘무(無)법원장’까지 법과 정의의 최후 보루인 사법기관이 무법천지로 변질해버린 현실이 정말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김 대법원장 탄핵소추안 추진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고 해도 거대 여당 의석수에 밀려 가결될 가능성이 없고, 부결될 경우, 되레 면죄부만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두 차례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던 점도 고려됐다.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사유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국회 구조로는 탄핵안을 내봐야 부결될 게 뻔하다”며 “이 안이 부결되면 김 대법원장이 외려 자리에 머물 수 있는 명분만 줄 수 있다. 탄핵 발의가 현 시점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부실ㆍ불법 탄핵에 우리가 맞대응하는 모양새로 보인다면 좋지 않다”며 “법관 탄핵은 삼권분립 원칙 상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까지 몰고가진 않지만 김 대법원장과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은 이어간다는 게 국민의힘 입장이다. 이날 판사 출신인 김기현 의원은 대법원 앞에서 김 대법원장 퇴진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8일에는 역시 판사 출신인 주 원내대표도 동참할 예정이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대법원을 항의 방문한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자진 사퇴 의사가 없다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김 대법원장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김 대법원장이) 물러날 의사가 없다는 듯이 답변을 했다"며 "최소한 법관의 양심이 있으면 사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