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 "정치하는 것은 김명수·임성근 아닌 외부 세력"

입력
2021.02.04 21:32
정욱도 대구지법 부장판사, 법원 내부망 글
"사법부 구성원까지 정치화 휘말리지 않길"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소추와, 그의 사표를 반려했던 과정에 대해 사실과 다른 해명을 한 김명수 대법원장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자 현직 판사가 '지나친 정치화'라며 우려를 표했다.

정욱도 대구지법 부장판사는 4일 법원 내부망에 '지금 누가 정치를 하고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두 분이 마치 법원 내에서 각각 어느 한 편의 정치 진영을 대표하는 양 묘사되고 있다"며 "양편의 시각들이 모두 심각하게 왜곡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부장판사는 임 부장판사에 대해 "정치적 함의가 큰 사안('세월호 7시간'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에서 공방의 큰 축인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재판 수정을 시도했으니 정치적 편향성을 의심받을 만도 하다"면서도 "저로서는 정파성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재판의 독립이라는 중대한 헌법상 가치가 훼손된 면이 분명히 있고, 이에 대해서는 형사절차나 징계절차와 별도로 헌법적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뚜렷하다"며 탄핵소추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에 대해서는 "여권의 탄핵 추진에 정치색이 엿보이기는 하나 대법원장이 조직원을 보호하는 보스처럼 제도에 예정된 바 없는 언행으로 이를 막아야 한다는 요구는 초헌법적 주장, 정파적 논리에 불과하다"며 사표 반려 조치가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사직 반려 경위에 대해 정정당당히 대응하는 대신 정치권 눈치를 보는 듯한 외관을 만든 점, 특히 논란이 불거진 후 사실과 다른 해명으로 논란을 부추긴 점은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지적했다.

정 부장판사는 "(두 사람의 실책이) 모두 작지 않은 실책이고 그에 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면서도 "직무와 관련해 정치를 했거나 하고 있는 사람은 두 분 중에 없다고, 적어도 그렇게 볼 근거는 현재로서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이어 "정작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은 내 편이 아니라고 보이는 사람을 적으로 규정해 법원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하는 외부 정치세력"이라며 "사법부 구성원들까지 외부의 부당한 정치화에 휘말려 자중지란을 벌이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