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항모, ‘5조원짜리 표적’ 아니다? 군당국 “국산화율 80% 목표”

입력
2021.02.0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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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이 ‘5조원짜리 표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경항공모함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군은 4일 ‘경항모 도입 세미나’를 주최, 경항모가 군사안보적 효과, 국제사회 기여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5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방위사업청은 “경항모에 국내 기술을 80% 이상 도입해 경제적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공언했다.


“혈세 낭비 아냐” 경항모의 경제적 효과 강조

해군이 도입하려는 3만톤급 경항모의 아킬레스건은 ‘가성비 논란’이다. 함정 자체 건조에만 2조원이 들어가는데다 항모에 탑재할 20여대의 전투기까지 포함하면 예산은 5조원이 넘는다. 스스로 자기 몸을 지킬 수 없는 경항모를 호위할 함정에, 연간 수천억원에 이르는 유지비용까지 감안하면 천문학적이다.

그에 비해 도입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지적이다. 육지에서 뜬 전투기가 동서남해 어디든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 한반도 자체가 항모 역할을 하는데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오히려 무방비 상태로 적에게 포착되면 쉽게 저격 당할 수 있다며 ‘5조원짜리 표적함’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은 “안보 위협과 무관한 혈세낭비”라고 비판해 왔다.

이를 의식한 듯 군 당국은 이날 세미나에서 항모의 경제적 중요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정승균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은 “경항모 예산은 많아 보이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우리를 지켜주는 안보 보험”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원유, 곡물 수출입을 전적으로 해상교통로에 의존하는데 하루만 이 교통로가 차단돼도 경제 손실이 3,100억원에 달한다”며 “미국이 해상교통로 보호에 발을 빼는 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경항모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사청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김은성 방사청 방위산업진흥국장은 “자체 분석 결과, 경항모의 생산유발 효과는 금액으로 3조4,000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1조6,000억원에 달한다”며 “경항모의 국산화 목표율을 80% 이상으로 설정해 경제적 파급 효과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함정의 평균 국산화율(75%) 보다 높은 수치를 제시한 것이다. 국산화율을 높여 국내 경제와 고용에 기여함으로써 여론을 돌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예산 '없이' 시작한 사업, 국회 문턱 넘을까

서욱 국방부 장관은 최근 “경항모는 작전 성능에 타당성이 있다”고 말했고, 합동참모본부는 경항모에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탑재하기로 소요 전력을 구체화했다. 그러나 경항모 도입은 아직 ‘불확실한 사업’이다. 사업 도입의 적정성을 따지는 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은 데다 야당의 반대로 아직 예산도 확보하지 못했다. 예산이 없는 상태에서 사업이 출발한 셈이다.

이에 군 당국은 이날 세미나에 주한 영국 무관인 마이클 머독 준장과 브루스 벡톨 미 텍사스 안젤로 주립대 교수, 스캇 넬슨 미 버지니아텍 교수 등 항모 보유국 전문가들을 초빙해 한국의 경항모 도입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군 당국은 이날 세미나를 시작으로 소요 분석 연구와 사업타당성 조사를 완료하는 등 2022년도 예산에 반영하기 위한 절차를 찬찬히 밟는다는 계획이다.

세미나에 참여한 양욱 한남대 군사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경항모로 대한민국이 무슨 이익을 지킬 것이고, 주변국에 어떤 메시지를 보낼 것이고, 항모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명확한 그림을 해군에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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