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담병원 간호사 "임시 인력이 기존 간호사보다 3,4배 받아"

입력
2021.02.04 16:00
보건의료노조, 2일부터 청와대 앞 농성
"임시 인력 파견보다 고정 근무자 확대가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공공병원의 간호사들이 처우 개선과 인력 확충을 요구하며 2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정부가 인력 보충을 위해 민간의료 인력을 추가 파견하고 있지만, 농성을 주도하고 있는 보건의료노조 측은 대부분 3, 4주 정도의 단기 계약으로 근본 인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료 간호사, 임금 때문에 일 그만두고 파견직 가기도"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김정은 간호사(보건의료노조 서울시 서남병원지부장)는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했다.

그는 "정부에서 파견 인력을 배치한다고 하는데 병원마다 시스템이 천차만별이라 트레이닝은 힘들고 주로 단순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며 "경력자도 있지만 신규나 유휴 간호사가 많다 보니 기존 인력이 더 힘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투쟁에 나서게 된 결정적 계기로 파견 인력에게 기존 인력 임금의 배에 이르는 보상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꼽고 있다.

김 지부장은 "실제로 한 의료원의 간호사 월 수령액이 257만원가량인데, 파견 간호사는 한 달 기준으로 700만원 정도 받는다고 하더라"며 "(2020년 3월 코로나19 첫 유행한 당시) 대구·경북 지역 기준으로 수당을 만들었던 것 같은데 지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배려가 안 된 수당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기존 인력에 대해 지난해 2월부터 5월까지 해당하는 수당을 격려금 조로 차등 지급했다. 김 지부장은 "정확한 기준이 없었다"며 "지방자치단체에서 포괄적으로 인력 신고를 한 내용이 지급돼 직원에 따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병원을 떠난 기존 간호사가 다른 곳에 파견 인력으로 가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김 지부장은 "저희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20명 넘게 퇴사를 하셨는데 최근 들어보니까 그 중 세 분은 다른 곳에 파견 인력으로 가셨다고 하더라"며 "그분들(파견인력) 탓도 아닌 거고, 지금 시스템 문제인 것 같아서 이것도 개선해 주셨으면 해서 농성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대응 업무에 파견까지 부담 커져...복지부 실질적 대응 없어"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김정은 지부장은 "경증환자에서 중증환자 담당이 나중에 추가됐고, 선별이나 선제진료, 타병원에서 확진된 기저질환이나 밀접 접촉자 대응, 타지역 생활치료센터 파견, 최근에는 근처에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그곳 지원 인력으로도 파견 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지부장은 "이런 경우 서울시에서 가라고만 얘기하지 보상 같은 건 전혀 이야기도 나오지 않고 있다"며 "우리 병원뿐만 아니라 지방의료원도 비슷한 문제가 계속 일어나고 있고 지방에는 간호사를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했다.

그는 불균형한 처우, 고질적 인력 부족과 과중한 업무 부담 등을 두고 "중앙재난사고수습본부와 보건복지부 등과 계속 이야기를 했지만 검토하겠다고만 하고 실질적으로 반영되지는 않았다"라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2일 농성을 시작하면서 △중증도별·질환별 코로나19 대응 인력 가이드라인 마련 △공공병원에 파견 대신 정규직 인력 지원 △형평성 있는 수당 지급 △방역 및 보조인력 지원 확대 △코로나19 전담병원 경상비 지원 제도화 △공공의료 확충 및 강화 등 6가지 요구 조건을 제시했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