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부산의 한 동물원에 살고 있는 샴 악어입니다. '멸종위기종의 국가 간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사이테스)' 종 1급이지요. 수년 전 경기도 한 식당 어항에 갇혀 살다 동물보호단체가 구조하면서 다행히 동물원에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제 앞날을 걱정하게 생겼습니다. 동물원이 경영난 악화 등을 이유로 휴원을 신청했기 때문입니다.
동물원이 이런 저런 이유로 휴원이나 폐업 하면서 남겨진 동물의 생명이 위태롭게 된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강원 원주시 치악산 드림랜드 동물도 2015년 문을 닫기 전까지 굶주림에 시달렸고, 폐업 후에는 사육업자에 넘겨져 죽거나 식당에 팔려가 전시됐죠.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방문객이 뜸해지면서 폐원하는 체험동물원이 늘었는데요, 이후 갈 곳 없어진 동물이 폐사하는 안타까운 사연도 들려왔습니다.
지난 2일에는 대구 한 동물원이 10개월 가까이 동물을 방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시가 점검에 나섰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해 개원과 휴원을 반복하면서 경영이 악화된 가운데 원숭이와 낙타, 염소 등이 제대로 관리 받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꽁꽁 언 고드름이 매달린 실외 사육장에 있는 원숭이, 분변이 가득한 사육장에서 고인 물을 마시는 거위 사진 등이 공개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동물원을 등록만 하면 열 수 있는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꿔야 합니다. 야생동물을 사육하는 데에는 전문성과 함께 상당한 비용이 듭니다. 운영자 자격을 꼼꼼히 보고 동물원 허가를 내줘야 한다는 거죠. 이 내용은 환경부가 발표한 동물원 계획에 포함되어 있는데요, 동물원수족관법이 개정돼야만 시행될 수 있습니다.
민간 동물원은 수익을 내기 위해 운영되는 곳입니다. 경영 악화는 곧바로 동물의 처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죠. 동물원 경영이 악화됐다고 해서 정부가 나서 모든 동물을 지원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때문에 동물원을 열 때 보험에 가입하게 하거나 보증금을 예치하게 함으로써 혹시 폐업할 경우 남은 동물을 위해 사용하는 방안도 제안합니다.
마지막으로 폐원에 이르기 전까지 동물원의 관리, 감독을 철저하게 해달라는 겁니다. 물론 지금도 지방자치단체가 동물원을 방문해 시설이나 사육환경, 동물의 건강상태를 점검하지만 사실 제대로 되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위 대구 동물원 사례만 봐도 시청직원이 지난해 9차례나 방문 점검을 했지만 결국 동물 처우는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동물원이 폐업하면 동물은 생존자체가 위태롭게 됩니다. 동물원을 허가제로 전환시키고, 평소에도 제대로 관리, 감독해주세요. 또 문을 닫을 경우 남겨진 동물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주시길 요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