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갑질' 행위를 한 애플코리아가 상생기금 1,000억원을 조성하는 조건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피했다. 애플은 특히 250억원을 들여 아이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수리 비용 할인 혜택을 줄 계획이다.
공정위는 애플의 동의의결안을 지난달 27일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동의의결이란 사업자가 스스로 낸 시정안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위법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애플은 이통사들로부터 단말기 광고비를 전가하는 등 '갑질'을 한 행위로 공정위 조사를 받게 되자 지난해 6월 동의의결을 신청한 바 있다.
애플은 최종 확정된 동의의결안에서 1,000억원 규모의 상생지원기금을 약속했다. 이 가운데 250억원은 아이폰 수리 비용(평균 30만원)과 보험상품 '애플케어 플러스'(평균 20만원) 할인에 사용된다. 10% 할인이 적용되면 소비자는 2만~3만원 혜택을 보는 셈이다.
애플은 또 국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기술개발(R&D) 지원센터에 400억원, 정보통신기술(ICT)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25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혁신학교, 특수학교 및 공공시설에 디지털 교육을 지원하는 데도 100억원을 지원한다.
문제가 됐던 이통사와의 거래조건도 시정된다. 과거 부과했던 '보증수리 촉진비'를 없애고 애플의 임의적인 계약 해지 조항을 삭제하는 등 거래 질서 개선 방안을 추진하는 게 주요 골자다.
공정위는 앞으로 3년간 회계법인을 이행감시인으로 선정해 애플의 이행상황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다. 정당한 사유 없이 애플이 동의의결을 이행하지 않으면 1일당 200만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거나, 동의의결이 취소될 수 있다.
공정위는 '동의의결이 애플에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에 적극 해명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동의의결은 이해 관계인에게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부여하고, 나아가 관계 행정기관 의견 수렴과 검찰총장 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등 매우 엄격한 요건과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피심의인(애플)에 유리한 구조가 아니다”라며 "애플이 제출한 자진 시정방안이 법 위반시 부여되는 시정조치와 균형을 이루는지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 상생기금 1,000억원이 적지 않다는 입장도 내놨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미국, 호주, 캐나다는 무혐의 처리했고, 일본도 보조금 관련 부분을 조사하다 애플이 스스로 시정하니 그냥 사건을 종결했다"면서 "제재까지 나간 데는 대만이 유일한데, 부과한 과징금은 8억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