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2018년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한 USB와 동일한 내용의 USB를 미국에도 전달했다"고 2일 밝혔다.
정 후보자는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재직했다. 회담 전후 평양과 워싱턴을 오가며 정상회담 준비는 물론 회담 결과를 미국에게 전달한 장본인이다. 당시 USB에 원전 지원 방안이 담겼을 것이란 야권의 주장에 '그런 내용이 담겼다면 미국이 가만 있었겠느냐'고 반문한 셈이다.
정 후보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에서 퇴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남북정상회담) 직후 제가 워싱턴을 방문해서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한반도신경제구상의 내용에 대해 설명해 줬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백악관에 직접 전달한 것이냐는 질문에 정 후보자는 "볼턴에게 줬다"고 거듭 확답했다. 해당 USB에는 "동·서해와 접경지역 등 경제벨트 중심의 남북 간 경협 구상이 주로 담겼다"면서 "원전은 포함이 안됐다"고 했다. 이같은 구상에 당시 미국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이후 열린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도 우리가 제공한 것과 유사한 내용의 동영상을 제작해 아이패드로 북측에 보여줬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는 북한에 원전을 짓기 위해선 △비핵화 마무리 단계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해제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세이프가드 협정 △(미국 기술 이전이 필요할 경우) 북미 간 별도 원자력 협정 등 5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마디로, 우리 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매우 비상식적인 논리의 비약"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 상황에서 그 어떤 나라도 북한에 원전을 제공할 수 없다"면서 "따라서 우리나라도 원전 제공 문제를 내부적으로 특히 청와대나 국가안보회의(NSC) 차원에서 검토도 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단 USB 공개 필요성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정상 간 논의의 보충자료로 제공한 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정상회담 관행이나 남북관계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 후보자는 "언젠가는 공개될 것"이라면서 "지금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